음식 찾아 농장 들어온 흑인 여성 살해
“아들에게 먹일 것 찾고 있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농장주가 음식을 찾아 농장에 들어온 흑인 여성 2명을 살해해 돼지우리에 버린 잔혹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 마리아 마카토(44)와 로카디아 느들로부(35)는 림포포주의 한 농장에 몰래 들어갔다가 농장주 자카리아 요하네스 올리비에르와 관리인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들은 유제품 회사 트럭이 다녀간 후 버려진 음식을 찾으러 농장에 침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인 것은 백인 농장주와 관리인이 이들의 시신을 돼지우리에 버렸다는 점이다. 현지 경찰은 시신 일부가 돼지에게 먹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함께 담을 넘었던 마카토 씨의 남편은 총상을 입었지만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번 사건은 남아공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주민들은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정치인들도 분노에 찬 성명을 발표했다. 마카토 씨의 아들은 “어머니가 단지 자녀들에게 먹일 것을 찾고 있었을 뿐”이라며 비통함을 토로했다.
NYT는 이번 사건이 남아공의 고질적 문제인 인종·성별 기반 폭력, 백인 상업 농장주와 흑인 이웃들 사이의 갈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1994년까지 이어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으로 많은 흑인들이 토지 소유권을 빼앗겼고, 여전히 대부분의 주요 상업 농장이 백인 소유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백인 농부들의 입장도 있다. 지속적인 침입으로 위협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농민 보호 운동가 페트루스 시토는 “남아공에서 농민의 삶은 100% 위험에 처해있다”며 정부의 농민 보호 조치 미흡을 지적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용의자들은 구금된 상태며, 법원은 보석심리를 11월 6일까지 연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아공 사회의 인종 갈등과 빈부 격차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