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챕터 0’으로 4만명 동원… “어디 있어도 지오디라는 길에서 만날 것”
“누군가는 여러분과 god가 완성된 관계라 생각하겠지만, 저희는 끝없이 시작하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다시 ‘챕터 0’으로 돌아간 오늘 잊지 못할 시간이 되길 바라요.” (김태우)
무대에는 최신식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팬들의 손에는 하늘색 풍선 대신 빛을 내는 응원봉이 들려 있었지만, 지오디가 노래를 시작하자 공연장의 시간은 25년 전으로 돌아갔다.
관객들은 노래 소절이 끝날 때마다 ‘천의얼굴 윤계상’, ‘천사미소 손호영’을 외치는 추억의 응원법을 선보였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설렘이 가득했다.
29일(한국시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그룹 지오디(god)의 단독 콘서트 ‘챕터 0′(CHAPTER 0)은 이들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1999년 데뷔한 지오디는 ‘어머님께’, ‘촛불 하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2년 연속 KBS 가요대상을 받는 등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국민 그룹’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2004년 윤계상이 팀에서 탈퇴한 뒤 개별 활동을 이어오다 2014년 다시 완전체로 재결합했다.
‘챕터 0’은 이들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로 27일부터 이날까지 총 4만명 넘는 관객이 모여들었다.
지오디는 이날 첫 번째 무대에서 그간 발표한 히트곡 제목으로 가사를 쓴 ‘눈을 맞춰’를 부르며 과거의 유산을 돌아봤다.
이어 히트곡 ‘촛불 하나’와 빠른 박자의 ‘0%’로 무대를 이어가며 객석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촛불 하나’에서는 “너무 어두워”라는 랩 가사에 맞춰 무대를 암전했다가 서서히 불을 밝히는 연출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준형은 “마지막 공연이라 배터리가 약한 분들은 우리가 에너지를 채워줄 테니 한번 달려보자”는 말로 열정적인 무대를 예고했다.
지오디 멤버들은 흔들림 없는 호흡과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공연을 이어갔다. 그룹명 ‘god’를 형상화한 무대와 돌출 무대를 여유롭게 누비며 관객과 호흡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박준형은 팬들을 바라보며 “어렸을 때 있던 여드름이 이제 다 깨끗해졌다”는 말로 웃음을 끌어내다가도 ‘보통날’에서 묵직한 목소리로 가사를 뱉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멤버들이 저마다 깊어진 표현력을 개인 무대로 펼치는 연출도 인상 깊었다. 김태우는 ‘사랑비’로 폭발적인 성량을 자랑했고, 윤계상은 공연의 주제를 담은 단편 영화에서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다시 하나로 뭉치는 감동 선사
멤버들은 각자 개인 무대를 마친 뒤 ‘길’을 부르며 다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줘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김태우는 윤계상의 말을 빌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우리는 똑같은 지오디”라며 “각자 어떤 길을 가도 지오디라는 길에서 만난다는 의미를 무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오디는 공연 막바지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에서 ‘삐끼삐끼 춤’을 추며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팬송 ‘하늘색 풍선’과 데뷔곡 ‘어머님께’로 공연을 마친 지오디는 팬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0’은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입니다. 0이 멈추면 0 그대로 남지만, 계속 돌다 보면 무한대가 되죠. 그리고 저희가 무한대를 그릴 수 있게 불태워주는 존재는 바로 팬 여러분입니다.” (박준형)
이날 공연장 주변은 이른 오후부터 하늘색 응원봉을 손에 쥔 팬들로 북적였다. 공연장 주변 카페에 자리를 잡은 팬들은 응원봉의 작동 여부를 세심히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고, 야외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추억을 남기려는 팬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지오디의 결성 당시부터 팬이 됐다는 원미정(37) 씨는 “모든 연령이 들을 수 있고, 팬이 아니더라도 들어봤을 노래들이 지오디의 매력”이라며 “특히 힘들 때 지오디 노래 가사를 들으면 위로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역시 지오디와 25년을 함께했다는 노혜란(37) 씨는 “늘 변함없는 지오디의 모습을 좋아한다”며 “나이를 먹었어도 그때 당시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과거 우리의 모습을 다시 보게 해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