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참석…中대사 “北과 전략적 소통 심화 용의”

북한과 중국이 최근 서로의 행사에 참석하는 주빈 격을 낮추는 등 ‘이상 기류’를 보였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북한이 평양에서 열린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10월 1일) 행사에는 작년과 같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은 28일 평양에서 전날 열린 중국 건국 75주년 기념 리셉션에 강윤석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리창식 교육성 부상, 정성일 국가관광총국장, 김익성 외교단 사업국장 등 북한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강윤석 부위원장은 작년 74주년 중국 국경절 리셉션에도 북한 측 선임 간부로 참석한 바 있다. 당시엔 문성혁 노동당 중앙 국제부 부부장과 박명호 외무성 부상, 박경일 대외문화연락위원회 부위원장(조중우호협회장), 김익성 국장과 북한 당·정·군 당국자들도 리셉션을 찾았다.

중국대사관 주최로 평양에서 매년 열리는 중국 국경절 리셉션에는 통상 국회 부의장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 북한 주빈으로 참석해왔다.

올해처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던 지난 2019년 중국 건국 70주년 행사 때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2014년 65주년 행사 때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 북한 측 주빈이었다.

이런 관례와 달리 주빈의 격이 낮아지는 상황은 양국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북한 측 주빈이 리길성 외무성 부상이었던 지난 2017년 중국 건국 68주년 행사가 대표적이다. 당시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나서면서 북중 관계가 악화한 때였다.

북중은 수교 75주년을 맞는 올해를 ‘조중(북중) 우호의 해’로 선포했지만 양국 관계가 오히려 예전만 못한 분위기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평양과 베이징에서 각각 열린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 행사에는 그간 주빈이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북한)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중국)이 아니라, 보다 격이 낮은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조중우호의원단 위원장)과 허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이 대표로 참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우호조약 체결 관련 기사를 예년과 달리 한 건도 싣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2018년 설치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자국 기념물이 돌연 제거된 일, 북한이 관영매체 대외 송출 수단을 6월 들어 중국 위성에서 러시아 위성으로 전환한 일 등도 북중 ‘이상 기류’의 근거로 거론된다.

평양에서 이달 8∼9일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6주년 기념행사에는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휴가’를 이유로 불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중국 건국 기념행사 주빈의 격을 일단 예년의 수준으로 맞췄고, 양국은 행사장에서 ‘우호’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왕야쥔 중국대사는 리셉션 연설에서 ‘북중 관계의 최신 상황’을 소개하면서 “올해는 중조(중북) 수교 75주년이자 ‘중조 우호의 해'”라며 “중국은 조선(북한)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심화하고 협조·협력을 강화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발전·번영 촉진에 더 큰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왕 대사는 또 “김정은 총서기(총비서)의 영명한 영도 아래 조선 인민이 조속히 홍수 재난의 영향을 극복하고 조선식 사회주의 사업의 장정에서 새롭고 더 큰 승리를 쟁취하기를 축원한다”고 했다.

강윤석 부위원장은 “유구한 역사적 전통을 지닌 조중 우호 관계를 부단히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 당·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조선은 양국 인민의 공동 바람과 이익에 따라 양국 사회주의 사업의 승리와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중국대사관은 전했다.

27일 평양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중국 건국 75주년 기념 리셉션
27일 평양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중국 건국 75주년 기념 리셉션[주북 중국대사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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