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실상 핵보유국” IAEA 사무총장 의중?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Director General Rafael Grossi looks on as he addresses the media during their Board of Governors meeting in Vienna, Austria, September 9, 2024. REUTERS/Leonhard Foeger

그로시, 인터뷰서 북핵 고도화 시급한 해결 강조

유엔총회 등서 ‘북핵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거듭 지적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진의를 둘러싸고 해석이 미묘하게 갈린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 방점을 두는 시각도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2006년 ‘사실상 핵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 됐다고 말했다. 2006년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시기다.

이런 언급은 인터뷰 전체 맥락을 떠나 파문을 불러올 만했다. 핵 안전과 핵무기 확산 통제를 책임지는 전문 국제기구의 수장이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핵 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자고 발언한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이를 보도한 AP통신의 해석 역시 이런 인상을 증폭시킨 면이 있다. 기사 첫 문장을 ‘북한이 국제법 위반에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유엔 핵기구 수장이 말했다’고 썼기 때문이다.

이 문장과 기사에 담긴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을 세밀히 따져보면 다소 간극이 있다.

그는 최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방대하다고 말했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국제사회의 관여가 부족했던 만큼 적극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 북핵 고도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 취지다.

따라서 ‘사실상의 핵보유국’ 언급은 확장을 거듭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심각성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시급히 해결하자는 현실론적인 입장에서 나온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말과는 거리가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상당히 진전시켰고 핵무기 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비핵화라는 기존 원칙만 고수해서는 실효적 해법을 얻기 어렵다고 본 셈이다.

이는 그로시 사무총장이 최근 유엔 총회 연설에서나 지난 16∼20일 열린 IAEA 정기총회 당시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을 거듭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판단에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신속히 비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가 사실상 녹아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급작스럽게 이런 인식을 바꿔 핵보유국 인정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토대로 이뤄지는 국제사회의 핵무기 억제 질서를 흔드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핵을 보유하게 된 국가이지만 북한은 NPT에 가입한 바 있다. 북한은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일방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보고 NPT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NPT에 가입했더라도 탈퇴를 주장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섰을 때 이를 용인하는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를 잘 알 만한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뜻으로 이렇게 언급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IAEA 소재지인 빈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그로시 사무총장의 본의와 무관하게 다자 외교무대에서 이 보도를 마치 ‘핵보유의 국제 인증’으로 악용할 공산은 있다.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걸 누구보다 바라기 때문이다.

주제네바 북한대표부는 유엔 군축회의 등에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여타국이 인정하든 말든 부정할 수 없는 극명한 현실”이라고 주장해왔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Bong Joon Ho’s ‘Mickey 17’ Heads to Streaming After One Month, Estimated $80 Million Loss

Bong Joon Ho's 'Mickey 17' Exits Theaters After One Month with Estimated $80 Million Loss Director Bong Joon Ho's Hollywood ...

NCT’s Mark Makes Solo Debut with Autobiographical Album ‘The Firstfruit’

NCT's Mark Makes Solo Debut with Autobiographical 'The Firstfruit': 'An Album Based on My Life Journey' NCT's powerhouse rapper Mark ...
IU celebrates reaching 10 million YouTube subscribers with Diamond Play Button achievement

IU Hits 10 Million YouTube Subscribers, Earns Coveted Diamond Play Button

IU Reaches 10 Million YouTube Milestone, Promises 'More Entertaining Content' Multi-talented Korean superstar IU has reached a significant digital milestone, ...

백악관, ‘트럼프 90일간 관세 일시중단 검토’ 보도에 “가짜뉴스”

로이터 등 CNBC 인용해 속보 보도했다가 백악관 부인에 철회…美증시 요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

유럽증시, 트럼프 관세 충격파에 4∼5% 폭락으로 마감

유럽 증시가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충격파와 경기 침체 우려에 4∼5%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유럽 대형주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

가주 유학생 비자 취소 45건..비자 취소된 OC 유학생 트럼프 행정부 소송

재학생과 OPT로 체류중인 졸업생 비자 취소 " 친팔 시위보다는 음주 운전등 경범죄 전력으로 비자 취소된듯" 지난주 스탠포드와 UC 계열등 가주의 ...

충격의 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다섯 번째로 큰 이틀간의 매도세 기록

단 이틀 만에 S&P 500 지수 10.5% 급락... 코로나 이후 최악의 매도세 미국 월가가 지난주 역사적인 폭락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

메트로 버스 충돌 사고, 크렌쇼 임페리얼 플라자 근처

오늘 오전 10시 29분, 로스앤젤레스의 2876 W Imperial Hwy 근처에서 메트로 버스가 연루된 차량 충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현장은 크렌쇼 ...

북한 IT 스파이들, 미국 대기업 침투해 수억달러 탈취

김정은 정권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활용... FBI "2024년에만 304건 이상 적발" 북한 정권이 첨단 IT 인력을 동원해 미국 대기업에 침투하는 ...

맘모스 레익에서 한타 바이러스 사망자 속출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맘모스 레익의 외딴 마을에서 한타 바이러스 사망자가 세명이 나왔습니다. 한타 바이러스는 올 초 배우 진 해크만의 ...

뉴욕 지하철역에서 여성 대상 성폭행 미수 사건 발생

경찰, 30대 여성 공격한 용의자 추적 중 이른 아침 뉴욕 Rutgers St와 E. Broadway 지하철역에서 30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

[속보]트럼프 관세 협상 신호에 미국 증시 반등

아시아·유럽 시장 급락 속 미국 증시만 상승세 전환 미국 증시가 월요일 초 거래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단 몇 분 만에 ...

트럼프, 中에 50% 추가관세 위협…”다른 나라와는 즉시 협상”

SNS 통해 밝혀…中과 그외 국가 분리 대응 통해 中 고립 시도 정인교 통상본부장 8~9일 방미 계기로 韓美도 관세 협상 개시 ...

미국 증시 대폭락, 서킷브레이커 발동 되나?

"공포의 월가" - 주요 지수 4% 가까이 급락... 역사적 시장 붕괴 우려 확산 이번 주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미국 주식시장이 급격히 ...

주식 시장, 오늘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역사적 순간 직면

S&P 500, 나스닥, 러셀 2000 모두 약세장 진입... 다우존스 이틀 연속 1,500포인트 폭락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제2의 대공황' 우려 고조 ...

“트럼프, 이러려고 대통령됐나”…’블랙먼데이 공포’ 덮친 월가

트럼프 지지했던 월가 거물 빌 애크먼 "미국 신뢰 파괴…90일간 휴지기 선언해야" 미국 금융시장이 월요일 개장을 앞두고 '블랙먼데이'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

글로벌 증시 대폭락, “풋옵션마저 무용지물”… 세계 금융시장 요동

트럼프 "시장 하락은 필요한 고통"... 대만 증시 10% 폭락에 헤지펀드 투매 가속화 글로벌 주식시장이 심각한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

4월  7일 라디오서울 모닝뉴스 헤드라인

• 캘리포니아 대학에 재학중인 유학생들의 비자 수십건이 사전 통보 없이 취소됐습니다. • 한 아시안 남성이 대학입시에서 인종차별로 입학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

S&P지수 4%대 급락 개장…5천선 붕괴..

S&P 500,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약세장 진입... 중국 "34% 보복관세"로 맞불,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 ...

“S&P500, 2차대전 후 4번째 폭락”…서머스, 미국역사상 가장 큰 경제자해..

"역사상 가장 큰 자해"…트럼프 관세 맹비난 "소비자 피해까지 합치면 30조 달러" 주장 월가, S&P500 연말 목표가 잇따라 낮춰 미국 빌 ...

‘체포영장은 피해야’…네타냐후, 400㎞ 더 먼길로 美 도착

관세폭탄 문제에 대응하려 미국 방문길에 오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하기 위해 먼 길로 우회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

트럼프, 관세 우려에 “약해지지 말고, 용기·인내심 가져라”

상호관세 발효 앞두고 SNS에 잇단 글 게시…"中, 보복말라는 내 경고 무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대대적인 관세 도입 ...

 [속보]관세 충격에 코스피 장중 5%대 폭락…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

환율 도로 1,470원대…환율 30원 넘게 급등 미국의 관세 정책 강행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7일 코스피가 장 중 5% 넘게 폭락했다 ...

트럼프 관세 폭탄에 아시아 증시 ‘피바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선포에 닛케이 8% 폭락...한국·호주도 줄줄이 추락 월요일 미국 증시도 큰폭의 하락 예고 아시아 증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

뉴섬 주지사, 바이든 행정부의 식량 지원 프로그램 중단에 강력 반발

캘리포니아 소규모 농가와 취약계층 피해 불가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국 농무부(USDA)의 식량 지원 프로그램 중단 결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

[속보] LA 패션 디스트릭 미니밴 사고로 9명 부상

LA 미니밴 사고: 9명 부상, 의도적 사고 가능성 낮아 로스앤젤레스 패션 지구에서 미니밴이 건물 파티오로 돌진해 9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

트럼프 “대중국 무역적자 해결 안되면 中과 협상 안해”

"중국, 무역적자 해결 없이는 협상 불가" 트럼프 대통령 강경 입장 고수 최대 54% 관세 부과 이어 중국과의 협상 중단 가능성 ...

이재명, 9일께 대표 사퇴 후 대권가도 직진할 듯…

경선 투표, 모바일·온라인 100%로 진행될듯…이달 중순부터는 '경선 모드' 전망 민주, 경선 선관위 이번주 출범…선관위원장에 '중립성향' 중진 내정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

텍사스 민주당 의원, 30일 내 트럼프 탄핵소추안 제출 선언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처럼..." 앨 그린 의원, 집회서 트럼프 탄핵 의지 천명 텍사스 민주당 하원의원 앨 그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

트럼프의 ‘3선의 꿈’, 법무장관도 “불가능” 선언

"20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했으면 좋겠지만..." 트럼프가 임명한 본디 법무장관마저 헌법의 벽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헌법에서 금지한 3선 도전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