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에 저출생 책임 묻는 정치권

“사랑이 넘치는 가정 미디어에서 다뤄줘야”
저출생 위기 극복 위해 미디어 역할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하며 “나 홀로 사는 게 마치 편하고 복 받은 것처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 공유’를 주제로 열린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동석한 박민 KBS 사장에게 “방송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나 홀로 사는 게 마치 편하고 복 받은 것처럼 하는데, (반대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살기 좋은 사회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영화, 드라마나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혼자 사는 방송인들의 일상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를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정치권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비결혼·저출생 풍조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11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혼자 산다’를 언급하며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걸로 너무 인식이 되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부모가 된 청소년들을 다루는 MBN ‘고딩엄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대해선 “(저출생 위기 극복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서정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12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 혼자 산다’와 불륜, 사생아, 가정파괴 드라마가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5.5%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현실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과장된 해석을 하거나 저출생 문제 해결의 책임을 손쉽게 미디어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고작 방송사 프로그램을 저격하는 것이냐”, “사회적 여건을 개선해야지 방송 탓만 할 것은 아니다”, “방송의 다양성을 곡해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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