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국제구호단체 요원 7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구호트럭 오폭 사건과 관련, 오늘 ‘중대한 일련의 실수’였다며 책임을 자인했다.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비판뿐 아니라 미국의 직접 경고에 직면하자 신속히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오폭 당시 군이 구호단체 요원을 ‘하마스 무장대원들’로 오인했다면서 자체 교전 규칙을 위반한 사실과 일련의 중대 실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부 조사 결과 이스라엘군은 가방을 총으로 오인, 하마스 무장대원 2명이 월스센트럴키친(WCK)의 구호트럭에 탄 것으로 보고 드론으로 공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늦은 밤이어서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구호트럭 지붕에 그려진 커다란 WCK 로고를 판독하지 못했다고 이스라엘군은 주장했다.
구호대원 7명은 이스라엘군의 드론에 쫓겨 3대의 차를 타고 목숨을 걸고 도망치던 중 4분 동안 3차례에 걸친 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을 명령한 대령과 소령 등 장교 2명을 해임하고 다른 장교 3명을 견책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사건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했지만 WCK와, 자국민 1명이 사망한 폴란드는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WCK는 이스라엘군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중요한 진전이지만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신뢰할 만한 조사를 할 수는 없다”며 독립적인 조시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폴란드 외무부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조사를 요구했다.
지난 1일 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는 창고에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차량이 공습을 받아 팔레스타인과 폴란드, 호주,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 직원과 영국인 직원 3명 등 모두 7명이 숨졌다.
이 오폭 사건으로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군사작전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한 압력과 비판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날 전화 통화에서 “즉시 휴전”을 주문하며 민간인 보호 등을 위한 즉각적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했던 미국의 정책을 바꾸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날 오전 가자지구 남부 아슈도드 항구를 임시로 개방하고 북부의 에레즈 교차로 통과도 다시 허용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세계 각국에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결의안 채택을 한 데에도 이번 오폭 사건이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인권이사회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제55차 인권이사회에서 이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표, 반대 6표, 기권 13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