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분기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둔 것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불어오기 시작한 메모리반도체 훈풍이 범용 제품까지 확대됐다는 신호다. AI용 서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고성능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범용 메모리에 대한 수요도 동반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직 완제품(세트) 수요가 완전히 살아나지는 않았지만 AI 수요가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삼성전자가 감산 종료 시점을 예상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감산 효과로 D램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충분히 오른 데 더해 고부가 제품 중심의 판매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적기 수요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5일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올려 잡았다. 기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000억~1조 원 수준이었지만 실적 발표 직후 일부 증권사들은 1조 원 후반으로 예상치를 수정했다. 기대 이상의 시황 개선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수익성 회복의 가장 큰 요인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정상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하반기부터 시작되며 D램과 낸드 가격은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했고 낸드도 23∼28% 올랐다.
특히 혹독한 겨울을 보낸 낸드 시장에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 등을 중심으로 시장 회복 강도가 부쩍 높아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낸드 가격이 원가보다 낮아져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졌지만 올해 들어 델·HP 등 서버 완제품(OEM) 업체들이 재고 감소와 낮은 계약 가격에 따라 기업용 SSD 구매를 빠르게 늘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AI 서버를 새로 증설할 때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SSD 제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범용까지 옮겨붙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