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개헌·국가보안법·통일부 폐지 등도 제안
“남북 협력으로 평화 정착… 통일은 후대에”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19일 “통일을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신뢰를 구축하지 않은 상태로 통일을 시도하지 말고 북한과 평화롭게 독립된 국가로 살아가자는 의미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치는 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하는 ‘두 국가론’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4 한반도평화 공동사업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평화적인, 민족적인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했다. 이어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영토의 범위를 규정한 헌법 3조를 바꾸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통일부도 없애자고 제안했다.

임 전 실장은 이런 주장의 배경에 대해 “통일이 전제되어 있어 적극적인 평화 조치와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발생하고 소모적인 이념 논란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나 윤석열 정부의 자유통일론 등이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생생한 증거”라며 “지금의 현실에서 남북이 통일 논의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좋게 얘기하면 힘에 의한 평화고 그냥 얘기하면 전쟁 불사”라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상황을 2000년 이후 최악의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대신 “두 개의 국가 상태를 유지하며 남북이 협력하여 대한민국의 경제 지평을 동북아 일일생활권을 목표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는 “충분히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간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다음에 통일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면서 “통일 논의를 완전히 봉인하고 30년 후에나 잘 있는지 열어보자”고 말했다. 이어 “통일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가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인사말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기 때문에 기존 평화·통일담론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의 주장과 결이 비슷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이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은 대화가 재개되면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 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며 “비핵화의 해법과 평화프로세스를 새롭게 설계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다”며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남과 북 사이에 대화와 협력은 고사하고 오물풍선과 대북전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는 자주적 인식을 바탕으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한반도 갈등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평화를 좀먹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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