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에 바이올린을 두고 자던 8살 소녀, 16세기 거장 스트라디바리의 요람 크레모나에서 꿈을 이루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 크레모나에서 아마티·스트라디바리 등 유명 바이올린 제작자들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한국인 제작자를 뉴욕타임스(NYT)가 주목했다.
NYT는 4일 ‘그는 베개 위에 바이올린을 얹고 잤고, 그의 꿈은 이탈리아에서 현실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러 국제적인 상을 받은 바이올린 제작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한국인 바이올린 제작자 안아영(32)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 출신인 그는 8살에 처음 부모님에게서 바이올린을 선물 받은 뒤로 매일 밤 머리맡에 바이올린을 두고 잘 만큼 악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10대부터 바이올린 제작자를 꿈꿔온 그는 17살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혼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 학교가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스무 살의 나이에 다시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시작했다.
크네모나에 있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스쿨’을 졸업한 그는 이후 피소네 현악기 제작 콩쿠르, 로마 국제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 등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주목받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바이올린의 탄생지이자 안드레아 아마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가문 등 거장 바이올린 제작자들의 도시인 크레모나에서 어엿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16세기부터 내려온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 등의 전통을 그대로 잇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짧으면 5년, 길면 10년간 건조한 거친 나무를 소재로 삼아 칼과 톱, 끌 등을 이용하는 전통 기법으로 바이올린을 만든다.
이러한 전통 방식의 악기들은 제작에 최소 수개월이 걸리며 가격도 수천만 원에 달한다.
안씨는 NYT에 “바이올린을 3주 만에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이 악기들은 구매하는 사람에게 매우 귀중한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크레모나에는 그처럼 16세기의 전통을 잇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160∼200여명가량 있다.
이들이 모인 ‘크레모나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제작자 조합’에서 안씨는 가장 어린 구성원이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아마티와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가 만든 16세기의 악기 소리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안씨는 “전통적인 방식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며 전통 계승을 강조했다.
그는 제작을 끝낸 악기의 겉면을 돌이나 마른 파스타 등으로 긁어 더 고풍스러운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현악기 제작자들은 악기의 몸통 조립을 마치기 전에는 안쪽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는다.
안씨는 “이것이 내가 바이올린 제작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라며 “적어도 이 악기를 연주하는 한 사람만은 나를 100년∼200년 뒤에도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