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5일 중국의 경제 중심지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를 역설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중국에 촉구하는 한편 시장경제에 기반한 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을 조언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닷새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한 옐런 장관은 이날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최 행사 연설에서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 아니라 현재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고속 성장의 길을 수출하기에는 너무 크다”면서 “타국 경제를 압박하는 과잉 생산 능력을 줄임으로써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중국이 내수 침체에 따라 초저가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기업들이 중국발 저가 공세에 밀려 문을 닫게 되는데 옐런 장관은 이런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제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자국 내 개발 목표와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5% 안팎이라는 경제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 과잉을 조장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 당국의 보조금이 글로벌 경제 회복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게 옐런 장관 생각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또 과잉 생산 문제 지적은 반중국 정책이 아니며, 많은 국가가 미국과 이런 우려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많은 미국 경영자로부터 중국 내 사업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중국 정부의 불공정 관행도 거론했다.
중국 내 미국 기업 3분의 1이 현지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결과가 나온 최근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중국이 외국 기업에 대해 진입 장벽을 높이고 강압적인 조처를 하는 등 불공정 경제 관행을 추구한다”고 단언했다.
또 “과거 시장경제 기반 개혁으로 중국인 수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면서 “중국의 더 많은 시장 기반 개혁이 이익을 촉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는 9일까지 중국에 머무는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회담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비롯해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서도 공급 과잉과 불공정 관행 등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베이징으로 이동해서는 리창 국무원 총리와 란포안 재정부장(장관), 루허 전 국무원 부총리, 중국인민은행 판궁성 총재 등과도 대면한다.
중국의 제조업 기지이자 수출 중심지인 광저우에는 화웨이 본사와 BYD 공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