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것은 전부 중국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인들 가관…
21년 12월 성급 무형문화유산에 ‘조선족 돌솥비빔밥’ 공식 등재
중국 비빔밥 프랜차이즈 광고도
윷놀이·추석 등 전통 문화 최소 17개
‘조선족’ 달고 중국 국가 유산 등재
중국 무형유산법 “중화민족 우수성” 강조
“중국 내 다민족 결속담론 논파해야”
정부 “中 유네스코 유산 신청 시 대응할 것”
중국 정부가 중화민족 통합 정책을 강화하면서 김치나 한복, 태권도 등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 주장하는 ‘문화공정’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한국에서 반발이 큰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돌솥비빔밥 조리기술이 이미 3년 전 성(省)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북동부의 지린성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 공식 홈페이지에 5차 성급 무형문화유산 총 65개 항목을 승인하면서 돌솥비빔밥 조리법을 지역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포함했다. 당시 발표된 문서에는 “조선족 돌솥비빔밥 제작 기예(조리 기술)”라는 항목으로 적혀 있다. 돌솥비빔밥을 성급 문화유산으로 추천한 곳은 지린성 내 연변조선족자치주였다. 가래떡 등 쌀로 만든 떡 조리법도 지린성 무형문화유산으로 함께 등재됐다. 지린성 내 옌지시(市)가 추천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국내 무형유산 보전을 담당하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관계자는 “(중국의) 국가급 무형유산 중 한국 전통문화와 유사한 항목은 일정 부분 파악해 왔으나, 돌솥비빔밥은 지방급 유산이어서 등재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솥비빔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진 않았고 지정 계획도 없다”면서 “전북의 무형유산으로 전주비빔밥을 2008년에 지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만든 ‘한식문화사전’ 은 전주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을 엄연히 구분한다. 돌솥비빔밥은 “돌솥에 밥을 짓고 여러가지 나물과 잘게 다져 볶은 소고기, 고추장 등을 얹어 따뜻하게 데워서 제공하는 비빔밥”으로, “돌솥은 백제 때부터 귀족들이 애용한 그릇 종류”라고 정의했다. 전주비빔밥은 “전북 전주 사람들이 조리해 먹는 비빔밥으로, 콩나물 비빔밥이라고도 한다. 19세기 말 동학농민항쟁 때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고 설명한다.
대도시엔 “중국 조선족 문화유산” 광고
중국의 한 돌솥비빔밥 프랜차이즈는 지린성 무형문화유산 지정을 홍보 수단으로 쓰고 있다.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의 주재원 A(45)씨는 지난달 중순 우한 시내 상점가에 붙은 한 광고판에 ‘돌솥비빔밥’이라고 크게 적힌 문구와 사진을 목격했다. ‘미춘(米村)’이란 중국 비빔밥 프랜차이즈를 홍보하는 이 홍보물엔 “조선족 돌솥비빔밥 제조 기술은 지린성 무형문화유산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A씨는 본보에 “돌솥비빔밥이 조선족의 것이고 지린성 문화유산이라면, 재미동포가 만드는 한식 요리는 미국의 지역 문화유산으로 등재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황당해 했다.
이 프랜차이즈가 광고에 쓴 ‘조선족 돌솥비빔밥’ 사진도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돌솥비빔밥과 거의 똑같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진처럼 밥 한가운데 계란 노른자를 얹은 방식은 국내 남부지역 한 비빔밥에서 비롯돼 오늘날 전국에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한다. 구도영 동북아역사재단 한중연구소 연구위원은 “역사적 맥락으로 볼 때 조선족은 이런 형태의 식문화를 유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춘’은) 조선족 문화가 아니라 21세기 한국 문화를 (중국 프랜차이즈로 둔갑시켜) 팔고 있는 것이다. 명백히 문제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조선족’ 붙어 중국 유산 된 전통문화, 공식 항의 어려운 이유
중국 정부가 2011년 제정한 무형문화유산법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성급 무형문화유산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승격을 중앙정부에 신청할 수 있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소수민족에서 비롯됐다는 취지로 지방정부 차원을 넘어 국가 문화유산으로까지 높여 지정한 사례들이 많다.
한국일보가 중국 행정부에 해당하는 국무원의 ‘무형문화유산 네트워크’에 공개된 국가무형문화유산 목록을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이후 최소 17건이 “조선족의 전통”임을 명시한 한국 전통 문화 콘텐츠로 파악됐다.
2021년엔 윷놀이, 백종절(百種節) 등 2건이 등재됐다. 백종절은 한국선 ‘백중(百中)’ 으로도 불리는 세시풍속으로, 매년 음력 7월 15일 농사의 수고를 위로하고 풍년을 비는 마을 단위 행사다. 2014년엔 김치 조리법이 국가급 유산으로 뽑혔다. 2011년엔 아리랑, 판소리, 씨름 등 5건이 지정됐고 2008년엔 우리 전통 혼례 등 7건, 2006년엔 널뛰기 등 2건이 각각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공식 지정됐다.
중국 정부는 2006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국 모든 지방 정부에서 제출 받은 지방급 무형문화유산 중 2,161건을 ‘국가급’으로 올린 상태다. 국가급 무형문화재가 되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중국은 2008년 우리 농악무(農樂舞)를 ‘조선족 농악무’로 바꿔 국가급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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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전통 농악무를 2008년 중국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인민일보 캡처
그러나 한국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중국은 ‘지방정부의 업무였다’며 발뺌할 수 있다. 중국 무형문화유산법에 따르면 문화유산 보호 및 보존사업 예산은 지방정부로부터 나오고, 중앙정부는 해당 사업을 지원하는 위치에 머무른다. 중국 헌법도 소수민족 민족문화유산 관련 업무는 해당 자치지역 정부 소관으로 규정한다. 신종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거대한 국가 특성상 민족 문화 관련 업무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분산돼 있다”면서 “이는 특정 문화 콘텐츠가 중국의 국가급 유산이 됐을 때, 혹시라도 한국 등 주변국과 발생할 수 있는 외교 분쟁을 사전에 막는 기능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응 논리 구축, 제3국 활용 등 전략적 접근 필요”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문화공정’ 행보는 한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조선족을 비롯한 55개 소수민족 모두를 ‘중화민족’으로 통합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돼 왔다. “중화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무형문화유산법의 제정 취지가 이를 드러낸다. 지린성의 2021년 무형문화유산 목록엔 돌솥비빔밥뿐 아니라 ‘몽골족 소시지 조리법’, ‘만주족 민가’ 등도 포함돼 있다.
중국 소수민족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민족사무위원회는 지난 1월 중국 전역의 소수민족 정책 고위관리를 불러 “중화민족 공동체에 관한 역사 자료 체계,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중화민족의 형성과 발전의 이유, 이론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노력을 하라”고 지시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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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제작된 중국 신화뉴스가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낸 ‘빼어난 중국을 보여주다(秀我中國)’란 제목의 프로그램 일부. 진행자들이 한복을 입고 조선족을 찾아가 전통 떡 조리법을 체험한다. 영상에는 “우리 조선족의 민속음식인 떡 종류”라고 쓰여있다. 신화뉴스 인터넷 영상 캡처.
전문가들은 한국 전통 문화 콘텐츠의 ‘중국화’ 움직임을 막기 위한 전략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도영 연구위원은 “돌솥비빔밥 등으로 드러난 여러 사례는 ‘각 소수민족을 하나의 중화민족으로 결속하려는 중국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상황을 거시적으로 보고 중화민족 담론을 논파하는 대응 논리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으로 불리는 비영리단체 ‘반크(VANK)’의 박기태 단장은 “중국은 특정 국가와 문화유산 관련 갈등이 생길 땐 제3국 여론을 신경쓰는 경향이 강하다”며 “서구권 국가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족 거주지가 중국 관할 내에 있는 한, 조선족 거주지역의 문화유산 지정 여부는 중국 정부의 판단 사항”이라면서도 “단 중국이 조선족 무형유산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목록으로 신청할 경우 우리 민족의 유래성과 역사성 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외교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