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가능성 열어둬…핵합의 복원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 가능”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전 정부가 러에 미사일 팔았을 가능성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16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했지만 이란은 자제력을 발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대해서는 미국과 직접 대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한 일과 이란에서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을 통해 시도한 것은 우리를 지역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자제력을 발휘했지만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방법으로 우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7월 31일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수도 테헤란을 찾았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에 암살당하자 보복을 공언했다. 하지만 아직 직접적인 실행은 없었다.

대신 이란의 ‘대리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015년 JCPOA의 복원을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에 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이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적대적이지 않으며, 미국은 실제로 선의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 대한 적대 정책을 끝내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인들과도 형제”라고 덧붙였다.

JCPOA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이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협약으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일부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인 201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되돌렸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서방과 협상으로 제재를 풀어내 경제난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고, 과거 JCPOA 타결의 주역 중 한 명인 압바스 아락치를 외무장관으로 기용해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생긴 상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부인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전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합의한 바에 대해서는 말할 수가 없다는 듯이 “이런 일은 우리 시대에는 일어나지 않았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가능성은 있다. 금지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방에서는 이란과 러시아가 작년 8월에 미사일 매매 계약을 하고 지난주에 미사일을 선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는 악재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날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예멘에 그런 미사일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이란에서 예멘으로 넘어가기도 어려운데 미사일이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란이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티가 발사한 종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안보를 위해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란의 대외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가입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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