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 임금 합의안 막판 거부…노사, 조속한 협상 복귀 방침
미국 보잉의 공장 노동자들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하며 항공기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노조가 13일 파업 개시 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고 블룸버그, AFP, 로이터 등이 12일 보도했다.
보잉 노동자 약 3만3천명이 소속된 국제기계항공노동자연맹(IAM) 751지부는 파업 안이 96%의 찬성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파업 개시에 필요한 수준(3분의 2)을 훌쩍 넘긴 것이다.
보잉 노조 파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존 홀든 IAM 회장이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우리는 자정부터 파업한다”고 말하자 투표장에 모인 노조원들이 크게 환호하며 ‘파업’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번 파업으로 주요 항공기 조립 공장 두 곳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보잉은 가뜩이나 최근 737 맥스 기종의 잇따른 사고로 큰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2분기에만 당기순손실이 14억4천만 달러에 달했고 6월 말 기준 부채가 600억달러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8일 노조와 4년간 임금을 25% 인상하는 내용으로 협상안을 잠정 타결하며 한고비를 넘기는 듯했지만, 상황은 급반전했다.
보잉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안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노조의 40% 인상안과는 차이가 컸다. 게다가 연간 보너스가 삭감된 점이 노조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에 이날 노조원 95%가 노조 지도부가 들고 온 합의안을 거부한다고 손을 들었다.
투표장에 모인 노조원들은 10년 전에 연금이 없어진 데다가 이후 임금 상승이 정체됐는데 생활비는 크게 뛰어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13년 차 한 직원은 연간 보너스를 빼고 나면 실질 임금 인상률이 9%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 노조원은 “회사가 제안한 초봉이 근처 햄버거 프랜차이즈 식당과 비슷하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노사 협상안에는 노조 요구에 따라 신형 항공기를 미 북서부 공장에서 제작하는 안도 담겼지만, 이는 4년 이후에 관한 언급이 없어 공허한 약속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달 취임한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공장을 다니며 노조원들을 만나고, “밝은 미래를 선택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도 보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파업이 길어지면 보잉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57일간 이어진 2008년 파업 때는 하루 손실이 약 1억달러에 달했다고 WSJ이 말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추정으로는 월 15억달러 손실이 났다.
TD 코웬의 애널리스트인 카이 본 루모흐르는 이번에도 파업이 50일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손실 규모가 30∼3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당 약 10억 달러 손실을 예상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파업이 길어지면 보잉의 회복이 지연되고 전반적인 신용도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잉은 이날 늦게 성명을 내고 “직원들과 노조와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약속을 유지하며, 새로운 합의를 위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홀든 IAM 회장은 기자들에게 최대한 빨리 협상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파업이 얼마나 지속될지, 대화가 언제 시작될지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