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이 2년 4개월의 임기를 모두 마치고 13일 27년간 몸담았던 검찰 조직을 떠난다. 총장은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으로 병든 검찰을 겨우 일어나 앉게 하고 두 다리로 버텨 서게 하고, 걷고 뛰도록 만든 시간이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법치주의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통해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은 2년의 임기동안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고 정비해 수사가 업의 본질인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끔 복원시켰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검찰의 존재 이유는 곧 민생범죄에 최우선으로 대응해 국민들에게 평안하고 안전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성폭력·디지털성범죄, 스토킹, 혐오범죄,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아동학대, 마약, 음주운전, 금융·증권범죄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대표적인 임기 내 성과는 합동수사단 태스크포스를 결성해 증권범죄합수단, 가상자산범죄합수단, 보이스피싱합수단, 국가재정범죄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환경범죄합동수사팀 등을 꾸린 것이다. 이 총장은 “국토부와 전세사기, 경찰과 ‘성폭력·디지털성범죄·스토킹 대응협의회’를 만들어 민생을 지켜주는 시너지 역할을 해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 고용노동부와 함께 산업재해 예방에 힘 쏟는 한편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정대응 기조를 세웠다. 노조의 취업비리와 건설현장 불법집단행동에 대하여도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 노·사 모두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 총장은 “제주 4·3, 납북귀환어부, 5·18 관련자의 직권재심과 명예회복을 추진했으며, 서해공무원 피격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기소를 통해 공동체의 헌법질서를 지켜냈다”라며 “대선과 지방선거 사범에 대하여는 당적·진영·정파와 관계없이 수사하고 처분하여 법의 형평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이 총장은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신의 진영만을 방어하는 양 극단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검찰의 주된 존재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권력 쟁취를 위해 기본 규범과 규칙을 외면하기 시작하면 검찰제도와 사법절차가 훼손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최근 검찰 수사를 둘러싼 허위 주장과 공격, 검사 탄핵 남발에 이어 검찰 폐지하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에 대한 유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장은 “국가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눈과 귀, 팔과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검찰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검찰 구성원들의 희생과 인내만이 요구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애썼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제45대 검찰총장인 이 총장은 1969년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태어나 사법연수원 27기로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수원지검 검사,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제주지검 부장검사, 창원지검 밀양지청장,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원과장 및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냈다.
2022년 5월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시작해 같은 해 9월 검찰총장에 취임, 2년 4개월의 임기를 모두 채웠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