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는 가운데 해외 전통시장의 생존 비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접근성·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만의 고유한 특색을 살려 현지인과 관광객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5조 원어치의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전통시장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소비 패턴 자체가 변한 데다가 시설 노후화, 현금 강요 등 전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 같은 장애물들을 딛고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일본 도쿄의 재래시장인 ‘아메요코 시장’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재래시장’이라는 점을 살려 깔끔한 분위기인 일본의 타 시장들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를 하고 흥정을 하는 전통시장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했다. ‘100엔숍’ 등 박리다매 상점이 많아 가격경쟁력이 높아 현지인·관광객은 물론 상인들까지 많이 찾는다는 특징이 있다. 우에노역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강점이다.
대만 스린 야시장은 ‘야식의 나라’ 명성에 걸맞게 야외는 물론 지하 1층 푸드코트까지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해 인기가 높다. 여기에 수유실·물품보관함 등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내세워 타이베이 최대 야시장으로 성장했다. 인근 야시장 대비 저렴하지는 않지만 정찰제를 내세워 ‘바가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소규모 시장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거듭난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시장도 유명하다. 빅투알리엔 시장은 아케이드·주차장 등의 현대적인 시설은 없지만 150여 개 점포가 위치한 넓은 공간을 지역 주민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또 가게 주인이 변경되더라도 가게가 취급하던 품목을 변경하지 않는 전통을 유지하며 지역 전통시장으로서의 지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서적을 집필한 장흥섭 경북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전통시장들도 저마다의 정체성을 갖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공생하면서 볼거리가 많은 커뮤니티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