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시민구단 수원FC가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에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여름 ‘통 크게’ 품었던 미드필더 손준호(32)가 불명예스럽게 축구 인생을 끝낼 위기에 처하면서다.
손준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기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당했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통보받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타당하다’고 판단해 각국 축구협회로 관련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의 승부조작 혐의와 영구 제명 징계는 전 세계에서 효력이 발생한다.
당장 손준호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승부조작을 절대 하지 않았다”고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중국 법원에서 ’20만위안(약 3천700만원) 금품 수수 혐의’가 유죄로 판결된 것은 하루빨리 석방돼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재개하기 위해 판사와 거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3천700만원을 팀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건 맞지만,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해 여론은 싸늘해졌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비(非) 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중국 공안에 형사 구류됐고, 약 10개월간 구금된 끝에 지난 3월 석방돼 귀국했다.
손준호 측은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혐의를 받았는지, 앞으로 어떤 제재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처음부터 입을 꾹 다물었다.
‘어두운 소문’만 무성하게 나돌던 지난 6월, 손준호를 먼저 품으려 했던 구단은 수원FC가 아닌 ‘친정팀’ 전북 현대였다.
그러나 전북과 손준호의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전북은 손준호의 ‘중국 리스크’를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계약에 ‘안전장치’를 두려 했다.
그중에는 중국에서의 사건과 관련해 금전적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손준호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던 거로 알려졌다.
손준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북과 협상 테이블을 떠나 수원FC로 향했다.
수원FC는 전북과 달리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손준호를 영입했다.
당시 많은 축구 팬들은 전북이 손준호를 홀대했다며 비난했고, 수원FC엔 ‘중국에서 고생하고 온 영웅을 따뜻하게 품어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손준호의 중국 리스크가 결국 현실화하면서 수원FC는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당장 수원FC는 14일 전북과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입단 뒤 정상급 경기력을 펼치던 손준호가 이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승부조작 논란이 있는 손준호를 당장 경기에 내보내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10일 ‘영구 제명’ 징계가 발표된 손준호는 11일은 기자회견으로 인해 팀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12일엔 팀 훈련을 소화했으나, 13일엔 다시 구단 회의 결과에 따라 훈련을 함께하지 않았다.
손준호가 수원FC 중원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컸던 만큼, 손준호의 부재는 K리그1 3위를 달리는 수원FC의 분위기와 경기력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손준호는 수원FC 입단 후 리그 12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그라운드 안보다 ‘밖’에서 더 크고 엄혹한 문제가 기다린다.
손준호가 수원FC로부터 받기로 한 연봉은 7억원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6월 입단했고 연봉은 매달 쪼개서 받기로 했으니, 1억여원이라는 거액의 월급을 받아온 셈이다.
시민구단 수원FC는 시민 세금에 절대적으로 재원을 의존한다.
수원시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수원FC의 한 해 구단 운영비(예산)는 약 2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2023년 기준으로 약 75%에 해당하는 약 158억원이 경기도와 수원시가 마련한 출연금이다.
차가워진 여론에 손준호는 앞으로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할 수도 있지만, 수원FC는 계약을 해지하기 전까지는 손준호에게 억대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수원FC를 두고 ‘혈세를 들여 승부조작 논란이 있는 선수에게 억대의 월급을 줬다’,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손준호가 끝내 승부조작 연루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면 손준호 영입을 결정한 최순호 단장 등 현 수원FC 고위층은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여론이 계속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른다면, 구단주인 이재준 수원시장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사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