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사진)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TSMC가 아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에 인공지능(AI) 가속기 생산을 맡길 수도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현재 TSMC에만 맡겨 AI 가속기 공급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005930)·인텔 파운드리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다면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11일(현지 시간) 황 CEO는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테크 콘퍼런스에서 “TSMC는 동종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최고로 민첩성과 대응 능력이 정말 놀랍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공급업체를 활용수도 있다(We can always bring up others)”고 말했다.

현재 핵심 칩셋을 TSMC에서 제조하고 있으나 필요시 삼성전자·인텔 파운드리에 주문을 맡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황 CEO는 “현재로서는 (타 파운드리를 사용하는) 변화가 칩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20년 8㎚(나노·10억 분의 1m) 공정에서 제조하는 엔비디아 GTX 3000 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같은 공정으로 제조되는 ‘테그라’ 차량용 반도체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후 공정에서는 엔비디아 칩셋을 수주하지 못했고 H100·블랙웰 등 AI 가속기는 전량 TSMC가 생산 중이다.

황 CEO의 발언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현재 TSMC의 생산능력 한계로 AI 가속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질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공정·수율이 충분히 개선되고 더 저렴한 가격에 칩셋 공급이 가능하다면 굳이 TSMC를 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실제 황 CEO는 이날 “AI 가속기 수요가 너무나 많아 모두가 먼저, 가장 많이 칩셋을 받아내길 원하고 있다”며 “구매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흐를 정도”라고 언급했다.

황 CEO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과 저가 매수세에 최근 수일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엔비디아 주가는 8.03% 급등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주가에 힘을 보탰다. 엔비디아의 상승세에 힘입어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90% 올랐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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