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행렬이 또다른 사람들의 터전을 파괴…
“다리엔갭 통과 1인당 쓰레기 9㎏”…원주민들 이용하던 강물 질병 유발
남미에서 북미로 향하는 육로 한복판에 놓인 열대우림 지역이 쓰레기와 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험난한 자연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숨진 이들의 시신까지 그대로 방치되면서 ‘환경 재앙’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파나마 환경부는 남미 콜롬비아 북부 지역과 맞닿은 남부 국경 지대의 다리엔 갭에서 육로 통과자 1인당 평균 약 9㎏ 정도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와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추산으로, 작년에는 하루 평균 1천400명 정도가 다리엔 갭을 지나간 것으로 파나마 당국은 확인했다. 하루에 12.6t 이상의 쓰레기가 나온 셈이다.
서울 1인당 하루 폐기물(재활용·음식물 제외, 2020년 기준) 배출량이 약 0.3㎏인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30배 많은 양이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외부인이 거의 드물어 청정함을 유지했던 일대 강둑에는 요즈음 우기만 되면 음료수 캔, 찢어진 티셔츠, 플라스틱 식품 용기로 가득하다고 가디언은 현지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선박용 유류와 배설물까지 겹치면서 악취도 보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된 강물을 식수로 쓰거나 물에서 목욕 또는 빨래 등을 하다 질병에 걸린 원주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엔 갭에는 약 8천명이 사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약 1천400명의 원주민이 거주하는 누에바비히아 마을 리더는 가디언에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가 넘쳐나기 시작한 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우리는 모든 것을 지역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드림’을 이루지 못한 채 험한 환경 속에서 숨진 이주민들의 시신도 곳곳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한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지난달 다리엔 갭 출입을 막기 위한 펜스 설치 등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연의 오아시스였던 다리엔 갭 강물이 배설물과 심지어 시체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파나마 정부는 다리엔 갭 ‘청소’를 위해 지역 사회와 함께 환경 정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불법 이주 행렬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선결 과제라고 당국은 밝혔다.
올해 초 파나마 공공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다리엔 갭을 건넌 이민자는 2019년 2만4천명 규모에서 2022년 25만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역대 최고인 5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베네수엘라(32만8천667명)가 압도적으로 많고, 에콰도르(5만7천222명), 아이티(4만6천558명), 중국(2만5천344명)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