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굶고 있어”…두팔 걷은 아기 아빠도 가자 폭격에 희생

 “여성과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 모습이 매일 뉴스에 나왔잖아요. 그는 자기가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던 중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사망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대원들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숨진 구호대원 7명 중 한 명인 제이컵 플리킹어(33)는 미국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를 둔 미국-캐나다 이중국적자로, 18개월짜리 아들을 둔 아빠였다.

2019년까지 10년 가까이 캐나다군에서 복무한 그는 전역 후 만난 여자친구와 함께 남미 코스타리카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사업을 운영했다.

지난해 11월 멕시코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도우며 처음 WCK와 인연을 맺은 그는 가자지구에서 해상으로 구호 식량을 나르는 인력을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선뜻 자원했다고 그의 아버지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제이컵의 아버지는 “(아들은) 좋은 사람이었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고 돕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번 구호차량 폭격으로 숨진 대원들은 플리킹어와 같은 퇴역 군인부터 젊은 사업가, 전직 은행원 등 출신과 국적이 다양했다.

에린 고어 WCK 최고경영자(CEO)는 숨진 대원 7명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은 WCK의 영웅들이다. 이 7명의 아름다운 영혼들은 하루 종일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그들의 미소와 웃음, 목소리는 영원히 우리 기억에 새겨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스카이뉴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숨진 영국인 대원 3명 존 채프먼(57), 제임스 짐 헨더슨(33), 제임스 커비(47)는 모두 참전 용사 출신으로, WCK의 보안 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커비의 사촌 에이미 록스버러-배리는 스카이뉴스에 커비가 “모든 면에서 신사였다”며 이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엄마와 이모에게 깜짝 크루즈 여행을 선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에이미는 “군인 시절 그 모든 전쟁에 싸우면서도 상처 하나 없이 집에 돌아왔던 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러 가서 이런 일을 겪었다는 사실이 그저 충격적일 뿐”이라고 마음 아파했다.

커비의 다른 사촌 아담 맥과이어는 구호대원 7명의 죽음이 가자지구로 더 많은 구호품이 갈 수 있게 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영국 해병대 출신 참전 용사인 채프먼의 가족도 성명을 내고 “그는 훌륭한 아빠이자 남편, 아들이자 형제”였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역시 해병대에 복무했던 헨더슨은 사망 당일 가자지구를 떠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이삼 사이페딘 아야드 아부타하(25)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사업가로, 자국 주민들을 돕기 위해 WCK에 운전기사로 자원해 일하던 중이같은 변을 당했다고 그의 가족들이 AP에 전했다.

그의 형제인 압둘 라자크 아부타하는 이삼이 우크라이나, 이집트, 중국 등에서 무역 일을 해왔으며 이스라엘에도 인맥이 있어 WCK의 구호 활동을 조율하는 것을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희생자인 폴란드 출신 다미안 소볼(35)은 가자지구에 오기 전 6개월간 우크라이나, 모로코, 터키 등에서 구호 활동에 참여했으며, 호주 출신 랄자와미 조미 프랭컴(43)은 WCK의 아시아 지역 활동을 관리하는 수석 매니저로 전 세계를 돌며 구호 활동을 벌여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2019년 WCK에 합류한 프랭컴은 구호 활동에 뛰어들기 전에는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커먼웰스은행(CBA)에서 8년간 일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프랭컴의 가족은 CNN 채널9 방송에 보낸 성명에서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해 온 친절하고 이타적이며 뛰어난 인간이었다”며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연민과 용기, 사랑을 남기고 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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