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사망…대통령 “단순한 사고로 간주할 수 없어” 진상규명 의지

중미 엘살바도르의 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선봉에 있던 경찰청장이 헬기 추락으로 숨졌다.

엘살바도르 군과 경찰청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마우리시오 아리아사 치카스 경찰청장을 태운 공군 헬기가 동부 지역에서 추락했다”며 “경찰청장을 포함한 탑승자 9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엘살바도르 군 설명에 따르면 전날 저녁 온두라스 국경 인근 파사키나 상공을 날던 UH-1H 헬기가 지면으로 떨어졌다.

치카스 경찰청장을 비롯해 군 장병과 경찰관들은 3천500만 달러(470억원 상당)를 빼돌리거나 돈세탁한 혐의 등을 받던 마누엘 코토 전 신협 조합장을 이 헬기를 통해 압송하던 중이었다고 엘살바도르 경찰은 전했다.

코토 전 조합장은 도피 생활 중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공조를 통해 온두라스에서 붙잡혀 엘살바도르로 인계된 상태였다.

엘살바도르 국영 TV ‘Canal10’은 당시 현장에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한편 경위 조사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엑스에 “헬기 추락은 단순한 사고로 간주할 수 없다”며 “철저하게, 마지막까지 조사할 것”이라고 적었다.

현지 일간 디아리오엘살바도르와 AFP통신은 사망한 치카스 경찰청장이 부켈레 정부 최대 국정 과제로 꼽히는 ‘갱단과의 전쟁’에서 최일선에 있던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여대야소 엘살바도르 국회의 국가 비상사태 연장 의결을 기반으로 2022년 3월 말부터 현재까지 2년 넘게 강력한 치안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때 10만명당 살인범죄 발생 건수 세계 1위였던 엘살바도르에서는 이 기간 범죄율이 급감했지만, 엘살바도르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대규모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받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내 친구 치카스 경찰청장은 항상 맨 앞에서 자신의 임무에 전념하는 이들과 동행했다”며 “경찰청장을 포함한 사망자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국민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헌신한 수천 명의 영웅 중 한 명”이라고 추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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