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둔화 ‘직격탄’
47% 부모나 가족 도움
일해도 독립 엄두 못 내
올해 들어 고용이 감소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등 고용시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Z세대(GenZ·1997년~2012년 출생)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첫 직장을 시작하는 Z세대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힘들게 직장을 얻어도 원하는 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3세 대학생 마이클 타바레스는 월스트릿저널 등 언론에 “Z세대가 여러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구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타바레스는 여러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생필품을 마련할 수 있을 만큼의 급여를 주는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타바레스는 “더 높은 수준의 일자리에 지원하려고 하면 사람들은 항상 나이를 먼저 보고, 특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다른 것은 전혀 보지 않는 것 같다”고 타바레스는 덧붙였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한인 정모군도 한 IT 회사에 취직했지만 정식 직장이 아닌 계약직이고 급여도 생각했던 연 10만달러 수준에 미치지 못해 여전히 부모 집에 함께 살고 있다.
정군은 “남가주의 높은 렌트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직 독립적인 생활은 꿈도 못 꾸고 있다”며 “작년 졸업자에 비해 불과 1년 후인데도 올해 졸업자들이 마주하는 취업 시장은 훨씬 더 냉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졸업자는 “지원서를 많이 제출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복되는 구직 실패는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으며, 이를 부모에게 설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원격근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Z세대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Z세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취업 시장은 사회·직장 경험이 없는 Z세대에게 높은 베리어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의 Z세대 성인이 부모나 가족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거의 20%의 Z세대 청소년과 성인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며 일자리도 없는 상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Z세대 등 소득이 낮은 계층이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은은 이들 계층이 내년에 최소 부채 상환을 못 할 가능성이 평균 13.3%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 악화로 Z세대 등 젊은 층의 신용카드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주 한국일보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