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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만 내렸어요”…만원짜리 오이에 울상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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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탕국만 놓고 차례 지내려고요. 너무 비싸서.”

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 스타필드 하남점. 추석 연휴 전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은 조기, 배추 등 차례상에 오를 농수산품 가격표를 유심히 살피면서도 선뜻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다.

전통시장과 트레이더스를 모두 이용한다는 박 모(75)씨는 “평소 같으면 오이 5개가 5000원인데 오늘은 만 원대에 샀다”면서 “정책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좀 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물가조사 기관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달 폭염과 열대야로 작황이 부진한 배추, 무 등은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애호박, 시금치 등의 채소는 차례상에 올라가지는 않지만 서민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품목들도 급등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날 트레이더스에서는 오이가 7개에 1만 980원, 애호박 3개 6980원, 알배기 배추는 2통에 8980원, 당근은 2kg에 1만 1980원에 판매됐다. 모두 전통시장보다 높은 가격이다. 그나마 한 송이에 2980원인 바나나와 3000원대인 햇 무는 전통시장보다 저렴해 여러 통씩 카트에 담는 손길이 분주했다.

앞서 6일 오후 서울 전통시장에서도 채소와 과일류가 저렴하기로 손꼽히는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에서는 가격이 비싸다며 고객들이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활꽃게 2kg을 2만 8000원에 샀다는 이 모(52)씨는 “어제는 1만 3000원이었는데 내일은 1만 7000원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샀다”면서 “요새 차례는 안 지내지만 손님 맞이는 해야 하니까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생선가게 주인 박 모씨는 “배에서 잡은 것을 직접 매수해 오는데 활꽃게는 매일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구로시장에서는 오이 2개 1500원, 애호박은 1개 1500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시금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평소 오이는 4개 2000원, 애호박은 1개 1000원, 시금치는 한 단에 3000원 선이었지만 폭염의 영향으로 1만 5000원까지 급등했다. 한 전통시장 내 마트 관계자는 “시금치는 너무 비싸서 잘 팔리지도 않는데 재고로 남으면 처분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아예 가져다 놓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떡집에서 송편을 산 송 모 씨는 “한 팩에 5000원 주고 샀는데 평소보다 양이 줄었다”고 했지만, 떡집 주인은 “잡곡 값이 20% 이상 올라서 마진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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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의 경우는 샤인머스캣 가격이 폭락하고 제수용으로 값비싼 사과와 배 품종이 아직 출하되지 않은 덕에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남구로시장에서 35년째 과일장사를 했다는 충남상회의 박 모(71)씨는 “지금 나오는 사과는 부사가 아니라 홍로라 싼 것”이라면서 “조만간 값비싼 제수용 과일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샤인머스캣은 8월 초 2kg 한 상자에 2만 5000원씩 했지만 공급이 늘어나 지금은 1만 2000원으로 떨어졌다”면서 “샤인머스캣만 떨어졌지 나머지는 추석이니 아무래도 좀 올랐다”고 전했다.

파는 쪽도 오른 가격이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비싼 가격 탓에 팔리지 않은 채소류는 금새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살림 매장에는 갈라진 오이가 진열되어 있었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도 팔리지 못한 오이와 미나리 등 채소들이 매대에 쌓여있었다. 이곳에서는 평소 1990~2990원 균일가로 팔리던 참나물, 청상추 값이 3990~4990원으로 올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고기와 계란류는 인기가 높았다. 남구로시장에서는 계란 특란이 30구 한 판에 6000원이었고, 트레이더스에서도 유정란이 두 판에 1만 4980원에 팔렸다. 소고기 국거리 역시 남구로시장은 비육우 기준으로 500G에 1만 8000원 대였고, 트레이더스에서는 호주산 와규가 800g에 3만 1980원에 판매됐다.

시민들은 갈수록 물가가 오르는데 소비자 보호는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남구로시장에서 만난 한 시민(45)은 “진열대에서 본 냉장 등갈비를 달라고 했는데 슬쩍 냉동상품으로 바꾸더라”라면서 “시장이 마트보다 싸도 이런 것 때문에 못 가겠다”고 했지만, 트레이더스에서 만난 또다른 시민(75)은 “이마트에서 생물 꽃게를 살 때 직접 고르지 못하게 하는데 집에 와 보면 판매원이 준 다섯 마리 중 한 마리는 쭉정이라 못 먹는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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