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 홍현준 연세암병원 두경부암센터 교수

두경부(頭頸部)암은 뇌와 눈 부위를 제외한 머리(頭·head)와 목(頸·neck) 부위에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두경부암은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인데, 흡연자는 이 암에 걸릴 위험이 15배 이상 높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한 두경부암(구인두암) 발병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을 제외한 두경부암은 전체 암의 2.2%를 차지하고, 갑상선암을 포함하면 1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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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 치료 전문가’ 홍현준 연세암병원 두경부암센터 교수(이비인후과-두경부암 전문의)를 만났다. 홍 교수는 “두경부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은 먹고 마시고 말하고 숨쉬는 정상적인 삶의 기능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걸 가장 먼저 걱정한다”고 했다.

-두경부암 증상은.

“두경부는 말하고 숨 쉬는 기능을 담당하는 후두, 공기와 음식물이 통과하는 인두, 맛을 느끼는 혀, 침이 나오는 침샘, 면역을 유지하는 편도, 갑상선 등 다양하다. 우선 후두암과 인두암에 걸리면 목소리가 쉬거나 갈라지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며, 림프절 전이로 인한 목에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설암은 혀에 불규칙한 하얀 반점이나 통증을 동반한 궤양이 나타나며 출혈이 계속 생기고 식사할 때 불편해진다.

편도암은 목 안 이물감과 음식물을 삼킬 때 불편해지고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구순암은 입술에 딱지가 생기고 미세한 출혈도 나타난다. 침샘암은 침샘이 있는 귀나 턱 아래가 붓고,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 통증과 마비가 동반된다. 갑상선암이 진행되면 목 이물감이 느껴지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쉰 목소리나 목 안의 이물감, 입속 상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두경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의사와 면담, 증상에 대한 신체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뒤 구강과 후두 내시경검사, 경부 갑상선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를 진행한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으로는 두경부암 발생 범위와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두경부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다. 수술 후 남아 있는 미세한 암세포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시행한다. 최근 두경부암 치료에서는 정밀 의학 기술로 발전된 로봇 수술이 단연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인두(편도 및 혀뿌리)와 후두는 집도의가 손을 넣어 수술하기에 매우 좁고 복잡하다. 후두는 발성을 담당하는 부위여서 암 수술할 때 기능을 보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장 아래 인두 부분인 하인두는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가기 직전 부위인데 이곳에 암이 생기면 인접 후두를 동시에 제거하기도 하기에 호흡·발성 기능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수술하기 위해 턱뼈를 자르거나 후두 일부나 전부를 잘라야 하고, 결손 부위를 막기 위한 ‘유리 피판술(遊離皮瓣術·free flap)’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 수술법으로는 호흡·발성·삼킴 기능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 암 부위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집도의는 좁은 체내 공간에서도 6㎜ 정도의 얇은 로봇 팔 2~3개를 자유롭게 움직여 턱뼈나 후두를 절개하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 최첨단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 수술 시야가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 영상으로 환부를 들여다보며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정밀 수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로봇 수술은 구인두·하인두‧후두처럼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발생한 암 수술에 진가를 발휘한다. 두경부암 로봇 수술 중 구인두암·하인두암·후두암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두경부암 로봇 수술은 구강을 통해 병소에 다다를 수 있기에 종양 부위에 접근하기 위해 턱뼈나 혀, 후두를 잘라내지 않는 데다 수술 후 말하고 음식을 삼키는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초기에 진단해 로봇 수술하면 수술 부위 재건을 위해 유리 피판술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수술 시간도 최소한 5~6시간 이상 줄일 수 있다.”

-로봇 수술의 치료 성적은.

“시행 초기에는 인두암(편도암, 설근부암, 하인두암)과 후두암에서 병기가 낮은 1·2기 환자에게만 시행됐다. 로봇 수술 장비가 점점 발전하면서 세브란스병원은 2015년 암이 이미 많이 진행된 3·4기 환자에게도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종양이 너무 커 당장 수술하기 곤란하거나, 발성·삼킴 등의 기능을 보존하기 어렵다면 수술 전에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종양 크기를 줄인다. 이후 로봇 수술로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며, 종양이 생긴 부위를 모두 제거하는 표준 술기(術技)를 정립했다. 수술 후에는 재발을 낮추기 위해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그 결과, 병기가 진행된 인두암과 후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각각 78%, 69%로 이전보다 30%가량 올라갔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공률은 미국종양외과학학회지에 여러 번 발표돼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편도와 혀뿌리 부분인 구인두에 발생한 암은 매우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선행 항암화학요법과 로봇 수술, 방사선 치료로 이어지는 프로토콜로 구인두암 5년 생존율을 1·2기의 초기 암일 때는 94%, 3·4기엔 78%로 크게 높였다.”

-두경부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구강 청결, 금연, 금주가 중요하다. 특히 평소 구강을 관리하기 위해 양치와 가글을 잘해야 한다. 스케일링과 치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두경부암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금연과 금주는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강력히 권고된다. 담배와 술로 대표되는 발암물질이 구강과 호흡기 점막을 손상시키고 유전자를 변형시킨다. 이로 인해 두경부암만 아니라 식도암, 폐암 등이 생기기 쉽다. 질병관리청 2022년 자료에 따르면, 흡연 과거력이 10년 미만이면 금연했을 때 발암 위험이 74%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이른 시일 내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

또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입 속으로 들어가 인두암(편도암, 설근부암)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권장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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