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성폭력 의혹 사건 관련 민사재판 항소심 출석 후 입장 밝혀
“모른다”던 원고 여성과 함께 찍힌 사진에 “AI 조작” 주장…근거 제시 안 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거액의 배상금 판결로 내려진 자신의 28년 전 성추행의혹을 부인하면서 법무부가 배후에 있는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진행한 대언론 입장 발표를 통해 자신으로부터 1996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 대해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으며 누구인지 알지도 못한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캐럴 부부와 자신이 함께 찍힌 1987년 사진에 대해, 근거 제시 없이 인공지능(AI)에 의한 조작 사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배후에 있는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이 모든 일은 법무부와 카멀라, 졸리는 조(sleepy Joe·조 바이든 대통령), 그외 나머지 일당들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대선 상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관여 의혹까지 거론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에 대한 1심 법원의 배상 판결에 불복함으로써 뉴욕의 연방항소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 변론에 출석한 뒤 언론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기자회견’이라고 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드레싱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배심원단은 지난해 5월 성추행을 인정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약 67억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캐럴을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규정한 뒤 성폭행 주장은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추가 소송을 냈다.
결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1월,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위자료 청구 소송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8천330만 달러(약 1천11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 중 1천830만 달러가 실제 피해에 대한 배상액이고, 나머지 6천500만 달러는 징벌적 배상 명목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법정에서 캐럴과 약 4.5m 떨어진 거리에 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 측 변호인이 의뢰인의 피해를 언급하자 고개를 흔드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부적절한 증거들의 영향을 받았다며 배상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돈 지급 의혹 사건의 형량 선고를 대선(11월5일) 이후로 연기하기로 한 담당 판사의 이날 결정에 따라 4건의 형사기소와 관련한, 대통령 선거 전(前) ‘사법 리스크’에서 거의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