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서면서 대한축구협회가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홈 경기장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6일(한국시간 기준) “전날 치른 팔레스타인과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 홈 경기를 치르고 나서 대표팀 선수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좋지 않은 잔디 상태를 많이 지적했다”라며 “협회 차원에서 홈 경기장 이전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다섯 차례 홈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기로 결정하고 서울시설공단에 대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까워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물론 상대 팀 선수들의 이동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A매치 경기장 선정 조건을 ‘공항에서 이동 거리 2시간 이내, 150㎞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사실상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놓고 K리그1 선수들은 물론 대표팀 선수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FC서울의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은 지난 4월 “잔디가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려울 만큼 좋지 않다. 잔디가 경기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라고 작심 발언을 내놨다.
이 때문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도 잔디 관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지만 최근 이어진 장마와 폭염 때문에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월드컵 3차 예선을 치르는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고민거리가 됐다.
특히 대표팀 선수들은 자칫 잔디 상태를 언급하는 게 좋지 않은 경기력에 대한 핑계로 비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만 하다.
5일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토트넘)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원정 경기 그라운드 컨디션이 더 좋다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표팀 선수단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면서 축구협회는 10월 15일 예정된 이라크와의 월드컵 3차 예선 홈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축구협회는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르는 A매치 한 경기당 입장 수입의 8%를 서울시설공단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5차례 3차 예선 홈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기로 대관 신청을 해놓긴 했지만 잔디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내부적으로 대안 마련을 시작했다”라며 “대표팀 선수들도 좋지 않은 잔디 상태에서 경기를 계속 해야 하냐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보유한 편의성을 만족시켜줄 대안이 많지 않다는 것은 축구협회의 고민거리다.
인천공항에서 그나마 가까운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현재 그라운드 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어 사용할 수 없고, 인천문학경기장은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돼 A매치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치르는 방안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의 이동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라며 “10월 홈 경기 때까지 빨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