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색소로 쓰이는 노란색 염료를 이용해 살아있는 동물 피부 조직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노란색 염료 용액을 생쥐 머리와 배에 문지르면 피부가 투명해지면서 뇌 표면 혈관과 장 수축 운동, 심장 박동이 보이고 염료가 배출된 뒤에는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인체 조직에 가장 잘 작용할 수 있는 염료 용량을 밝혀내 적용하면 이 방법을 부상 위치 파악부터 소화 장애 모니터링, 암 식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의료 진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궈쑹 훙 교수팀은 6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일반적인 노란색 식용 색소인 타르트라진(FD&C Yellow #5) 용액을 이용해 살아있는 생쥐의 두개골과 복부 피부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빛은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이동할 때 속도가 변하며 휘어지는 굴절과 흩어지는 산란 현상을 일으키는데, 물체 속을 볼 수 없는 것은 산란 현상 때문이다.
신체 조직의 경우 이를 구성하는 지방과 세포 내 체액, 단백질 등의 굴절률이 각각 다르고 이들 물질이 서로 밀집돼 있기 때문에 빛이 통과할 때 산란이 일어나 내부를 볼 수 없게 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생체 조직 구성 물질들의 다양한 굴절률을 일치시키면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빛을 흡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염료가 다양한 굴절률을 균일하게 만드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들은 대부분의 빛, 특히 청색광과 자외선을 흡수하는 노란색 식용 염료 타르트라진에 주목했다. 타르트라진을 물에 녹여 조직에 흡수시키면 조직 구성 물질들의 굴절률을 같게 만들어 빛의 산란을 막고 투명하게 보이게 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얇은 닭가슴살 조각으로 타르트라진 용액을 테스트한 결과, 타르트라진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근육 세포 내 체액의 굴절률이 근육 단백질의 굴절률과 같아질 때까지 커지면서 닭가슴살이 투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타르트라진 용액을 쥐의 두피에 부드럽게 문질러 흡수시키자 피부가 투명해지면서 뇌 표면 혈관이 드러났으며, 복부에 용액을 바르자 몇 분 안에 장기와 소화관의 연동 운동과 심장의 박동 모습이 보였다.
투명해진 생체 조직은 염료를 씻어낸 뒤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쥐의 경우 피부로 흡수돼 체내로 퍼진 염료는 소변을 통해 배설됐다.
논문 제1 저자인 지하오 어우 박사(현재 댈러스 텍사스대 교수)는 “아직 이 방법을 쥐보다 피부가 약 10배 두꺼운 사람에게는 테스트하지 않았고 투명 효과를 위해 염료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 염료가 생명체에 안전하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단계 연구에는 인체 조직에 가장 잘 작용할 수 있는 염료 용량을 밝혀내는 것이 포함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타르트라진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실험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교신저자인 훙 교수는 “앞으로 이 기술은 혈액 채취 시 정맥을 더 잘 보이게 하고, 레이저로 문신을 더 쉽게 제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Guosong Hong et al. , ‘Achieving optical transparency in live animals with absorbing molecules’,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m6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