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진보 진영 일각에서 진보 성향 대법관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69)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복귀할 경우 자칫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토마요르 대법관 후임을 임명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 언론인 메흐디 하산, 언론인 조시 배로 등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연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NBC 방송 등이 오늘 보도했다.
배로는 지난달 시사지 ‘디 애틀랜틱’에 “올해 그녀가 대법원을 떠난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젊고 믿을 수 있는 진보적인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은 미국 민주 진영이 2020년 겪었던 악몽에 기반한 것이다.
당시 진보 진영의 대모로 불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 대법관은 트럼프 정부 때인 2020년 췌장암으로 8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긴즈버그 전 대법관은 오바마 정부 때 일각에서 나이 등을 이유로 사퇴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긴즈버그 전 대법관 후임을 임명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대법원의 이념 성향 구조가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재편됐다. 이후 보수 절대 우위의 대법원은 연방 차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 등 보수 성향의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산은 최근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 등에서 “바이든이 경합주에서 트럼프에 뒤지고 있고 민주당이 상원에서 과반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대통령이 민주당이고 상원도 민주당이 다수당인데 왜 역사를 되풀이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면서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연내 사퇴를 촉구했다.
미국 상원 민주당 내에서도 긴즈버그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사위 소속인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NBC에 “소토마요르 대법관을 존중하지만 우리는 (과거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라면서 “여기서 교훈이 무엇인지는 미스터리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민주·로드아일랜드)은 “(보수 대 진보가) 7 대 2가 되면 대법원은 마가(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슬로건) 법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라틴계 대법관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조기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은 없는 상태다.
모두 9명인 미국 연방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이와 관련,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은퇴하는 결정은 다른 사람이 아닌 대법관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