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도착 전 입주민들 화재 진압
“화재 소식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쫓아가”
“진출입로에서 멀어… 위험천만 상황”
“세 사람 희생 일언반구 말도 없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이 인적이 드문 지하 2층이라 자칫 큰 화재로 번질 뻔했지만, 세 명의 영웅들 덕에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2분쯤 인천 계양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도착 전 입주민들 화재 진압
“화재 소식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쫓아가”
“진출입로에서 멀어… 위험천만 상황”
“세 사람 희생 일언반구 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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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7시 32분쯤 인천 계양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입주민들이 소화기를 들고 화재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보배드림 캡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이 인적이 드문 지하 2층이라 자칫 큰 화재로 번질 뻔했지만, 세 명의 영웅들 덕에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2분쯤 인천 계양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회의차 모인 입주민들, 지하주차장 달려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오래돼 지하주차장과 거주 세대가 바로 연결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하 2층은 입주민들이 주차를 꺼리던 곳이었다. 오가는 입주민이 많지 않아, 자칫 화재 발견은 물론 진화가 늦어졌다면 주변 차량에 큰 피해를 안길 뻔했다.
당초 소방당국이 장비 20대와 인력 50여 명을 투입해 20여 분 만에 불을 끈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방대원보다도 빠르게 화재 진압에 나선 주민들이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인천 지하주차장 차량 화재의 또 다른 진실, 많이 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이 아파트 입주민 A씨는 “기사는 간단하게 났지만, 여기에 꼭 알리고 싶은 진실이 하나 있어서 글을 올린다”라며 “이날, 불을 끈 건 정확하게는 출동한 소방관이 아니었다. 바로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진실은 우리 아파트 세 영웅들 모습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게시물엔 화재 사실이 처음 알려지게 된 입주민 단체 채팅방, 화재 진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사진 등이 첨부됐다.
이 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4분쯤 입주민 일부가 참여하는 단체채팅방에 “지하주차장에 불이 났다. 차 빼세요. 불났다. 119 불렀다”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화재가 발생한 날은 마침 임시 입주자대표회의가 있던 날이라 동대표들과 회의를 참관하러 온 입주민 일부가 모여있었다.
회의를 참관하던 입주민이 채팅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동대표들에게 알리면서 동대표 등 남성 3명이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모두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아빠들로 알려졌다. CCTV엔 이들이 소화기를 찾아 헤매는 모습과 소화기를 들고 불에 타고 있는 차량으로 향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방대원 앞서 화재 진화… “공적 사라지면 안 돼”
A씨는 “지하와 지상아파트가 연결된 구조는 아니어서 (불이 나도) 각 세대에 피해는 적지만, 반대로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고, 심지어 화재가 발생한 차량이 있는 곳은 진·출입로로부터 먼, 지하 2층 가장 안쪽에 있는 위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로 옆이 비상계단이라 해도 불길이 번지면 유독가스의 통로가 될 수 있어 대피가 쉽지 않은 위험천만한 상황인데, 저분들은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물불 안 가리고 본능적으로 쫓아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분들이 불나서 연기가 자욱한 지하 2층 주차장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벽에 붙어있던 소화기 몇 개를 다 찾아서 초기 진압을 했다”며 “불이 다 잡히고 연기가 자욱할 즈음에야 소방서에서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출한다고 내려가던 주민이 일찍 발견해서 채팅방에 올린 게 신의 한 수였고, 마침 회의한다고 모여있던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들이 보고 달려간 게 엄청난 타이밍이었다”며 “몸 사리지 않고 쫓아가서 불을 끈 세 사람의 희생은 일언반구도 없이 소방서에서 다 한 것처럼 나와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화재 진압에 나선 이들 중 2명은 그 후유증으로 병원 신세까지 졌다. A씨는 “세 분 중 두 분은 주말 동안 호흡에 어려움이 있고 목에 이물감이 있어서 병원 진료를 받았다”며 “후유증 없이 잘 넘어가면 좋겠지만, 저 차에서 나온 온갖 유해물질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데 공적까지 사라지는 건 내 일이 아니라도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었다”고 글을 올린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