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TACMS는 물론 英·佛 장사정 미사일도 “러 본토엔 못 쓴다”
우크라, 유엔총회 계기 양국 정상회담서 ‘최후 담판’ 시도할 듯
미국과 서방 각국에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군사시설들을 때릴 수 있도록 서방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고 간청해 온 우크라이나가 염원을 이룰지 주목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주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두고 담판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일(현지시간)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릴 양국 정상회담을 두고 “바이든이 퇴임하기 전 새로운 접근법을 택하도록 설득할 마지막 기회가 젤렌스키에게 주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5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데 미제무기를 쓸 수 없다는 제한을 일부 완화해, 국경 너머에서 공격해 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반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북동부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기습적으로 병력을 투입하면서 미국제 다연장 로켓 무기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대동했을 때도 미 정부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300㎞의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를 비롯한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 후방 깊숙한 곳의 목표물을 노리는 것은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300㎞의)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SCALP)를 우크라이나 영토 바깥에서 쓸 수 있도록 허용하려는 영국과 프랑스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고 전했다.
해당 미사일에 미국 부품이 일부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이같은 조처가 가능했다고 한다.
쿠르스크주 일부를 점령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몰려 있는 러시아군 정예병력을 분산시킨다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는 이런 상황에 안달이 난 모양새다.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후방의 핵심 군사시설과 보급 거점을 직접 때려 돌파구를 찾으려 해도 미국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오는 10일 시작되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설득을 시도해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
미국이 이처럼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의 전면전으로 번지거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다만, 서방 일각에선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는 다른 방면에선 거의 자제하지 않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위협은 그저 그런 것이었던 걸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확전 우려를 이유로 서방무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갈수록 약화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다른 변명거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례로 최근 익명의 미 당국자는 서방무기 사용 제한을 풀 경우 향후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리셋’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폭기들이 이미 ATACMS 사정거리 바깥으로 빠져나갔기에 사용제한을 풀어도 때릴 목표가 없다거나, ATACMS 보유량 자체가 적어서 전략적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한 당국자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정확하지 않고 사실을 호도하는 끊임없는 변명 지어내기”라고 비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ATACMS 사정거리 안에 여전히 약 250개의 군사 목표물이 존재하며 이중 다수는 대형 군기지와 통신소, 보급거점, 연료저장고, 탄약고 등으로 쉽게 옮길 수 없는 시설들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제동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자폭 드론(무인기)과 탄도 미사일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2년 반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공업지대 다수가 폐허가 된 까닭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호지스 전 사령관은 과거 러시아를 오판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관료들이 또다시 미국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의 유산은 더럽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