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개원식에 尹대통령 불참…대정부질문·국감 격돌 예고
민생입법 공감대는 재확인…韓 “신속하게” 李 “진전 있을 것”
여야가 대표 회담으로 ‘협치’ 물꼬를 튼 지 하루 만에 야당이 제기한 ‘계엄 준비 의혹’과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놓고 충돌했다.
22대 첫 정기국회를 맞아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생공약 협의기구 구성 등에 합의했지만, 정기국회 첫날부터 날 선 정치 공방을 벌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2일 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제기하는 ‘계엄령 준비 의혹’을 두고 “민주당발 가짜뉴스”라며 총공세를 폈다.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혹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대단히 무례한 언행일 뿐 아니라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당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의 “판결 선고 날짜가 가까워져 오니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것”(김재원), “야당 의원들의 유죄 판결 앞 거짓 프레임을 빌드업하는 것”(김민전)이라고 가세했다.
대통령실도 민주당을 가리켜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완벽한 독재 국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우울증이 염려된다. 정권이든 개인이든 우울증의 극단은 자기 파괴”라며 “오죽하면 국민이 계엄령을 걱정하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당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계엄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준비가 됐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지 않았나”라며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고 그것을 기획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다만, 야당에선 아직 ‘계엄 준비 의혹’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여야는 문 전 대통령이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을 대가로 자신의 전 사위가 이 전 의원 실소유 기업에 부당 채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정당한 수사”라고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추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 초기 전직 대통령 2명이 구속되고 숱한 보수진영 인사들이 구속당할 때 민주당은 적폐 청산이라며 열광했다”며 “민주당 내로남불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과 규정에 입각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정당한 수사를 중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휴대전화까지 반납하면서 황제 출장 조사를 한 검찰이 야당 인사들과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법 앞의 평등’을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를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 “국정 실패 여론을 돌리려는 눈속임 공작 수사”라고 규탄했다.
여야가 이처럼 대치 국면을 형성한 가운데 이날 정기국회 개회식을 겸해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도 윤 대통령 불참 속에 열리면서 ‘협치 정신’이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1987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 말 22대 임기 시작 직후부터 거듭된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을 반영한 상징적 장면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100일간 정기국회 기간에도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 실정을 부각하려는 야당과 이에 맞서 방어막을 치는 여당이 격돌할 전망이다. 오는 26일에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방송 4법, 노란봉투법 재표결도 예정돼 있다.
다만 여야는 양당 대표 회담 성과를 토대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해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정기국회에서 민생 입법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우선 민생 공통공약 협의기구의 경우 양당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공통 공약을 추리고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저출생 대책이나 반도체 산업 지원, 자영업자 및 가계 부채 완화 관련 입법이 우선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 대표는 이날 “투쟁의 정치와 별도로 국민만 생각하고 신속하게 답을 낼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 대표도 민생 분야에서 상당 부분 실제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국회 입법에서 상당히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