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밴스에 초반부터 강하게 싸우라고 지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거칠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호감도를 키우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만은 그에게 흡족해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밴스 의원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후 수십차례 행사와 70여차례 인터뷰를 소화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실한 ‘공격수'(attack dog)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거친 입’으로 각종 구설에도 올랐다.

2021년 폭스뉴스에 출연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을 ‘자식이 없는 여성’이라고 비난한 점이 알려지면서 등판한 지 2주 만에 수세에 몰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자녀가 없는 이들을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라고 매도한 사실도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 당시 충돌 논란을 옹호하는 과정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지옥에나 가라”며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군 복무 이력이나 해리스 부통령이 질문을 받지 않는 점 등을 공격한 것은 나름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인신공격성 발언 등에 따른 거듭된 설화는 결국 호감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밴스 의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호감도 보다 높게 나타났고 지난달 AP 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조사에서는 월즈 주지사보다 호감도가 낮았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을 조직한 윌리엄 크리스톨은 “많은 유권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친 발언에 대해서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 든 삼촌과 비슷하게 생각해 무시한다”면서도 “40대인 밴스가 이런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자료사진]

NYT는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만은 밴스 의원의 이런 행보를 어느 때보다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에게 초반부터 강하게 싸우라고 지시했고, 이후 밴스 의원의 행동이 자신의 기대를 넘어섰다고 흡족해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주변에 정치적 재능을 발굴하는 자신의 안목이 슈퍼볼 수준의 선수를 찾아내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축구 코치의 능력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하며 밴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데 만족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밴스 의원의 거친 언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강점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키고 있지만 약점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간극을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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