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예능 장점에 목표 달성 스토리 가미…”도전하는 모습에 힘 얻어”
“가수가 꿈이었지.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보면 정확히 쓰여있어. 장래 희망 가수.”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는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이하 ‘음악일주’) 첫 방송에서 연출자인 김지우 PD에게 이렇게 말한다. 프로그램의 기획 배경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기안84는 수많은 대중음악 스타를 배출한 미국 뉴욕으로 향하고, 힙합의 발상지인 뉴욕 브롱크스에 무작정 찾아갔다가 음악을 흥얼거리는 가죽바지 차림의 현지 청년을 만나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기안84는 이 청년으로부터 그날 저녁 브루클린에서 ‘사이퍼'(Cypher·거리에 모여 돌아가며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힙합 문화)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찾아간다.
사이퍼에서 기안84가 수줍어하면서도 용기를 내서 랩을 선보이고, 그 모습을 눈여겨보던 ‘브이솝’이라는 래퍼와 가까워진다.
기안84는 브이솝에게 초대받아 그의 음악 작업실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파티에도 함께 간다.
‘음악일주’는 시즌3까지 제작된 인기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시리즈의 파생작으로,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기안84의 여행기를 다루면서 음악이라는 주제를 더했다.
2회까지 방영된 ‘음악일주’는 유난히 털털한 성격 때문에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기안84의 꾸밈없고 엉뚱한 행동으로 재미를 주는 동시에 음악과 가수 데뷔라는 도전으로 눈길을 끈다.
이미 시즌3까지 방영돼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태계일주’를 변주해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 취지다.
기안84는 이에 대해 ‘음악일주’ 제작발표회에서 “세 시즌을 하고 나서 곧바로 시즌4를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새로운 장점에 더해 기존 ‘태계일주’ 시리즈의 재미로 꼽히는 기안84의 털털하고 대책 없는 모습,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주는 재미도 유지됐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8부작 오리지널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은 배우 조정석의 가수 도전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음악일주’와 공통점이 있다.
‘음악일주’가 어린 시절 가수가 되고 싶었다는 기안84의 고백으로 시작하듯이 ‘신인가수 조정석’ 역시 조정석의 인터뷰 화면으로 시작한다.
조정석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앞에서 춤추고 막 그랬던 것 같다, 마이클 잭슨 춤을”이라고 말한다. 그는 제작진과의 회의에서도 “음악 작업하는 것들이 즐겁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조정석은 드라마 ‘세작’ 촬영을 마치고 뮤지컬 ‘헤드윅’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100일 동안 정규앨범 1집을 내기로 하고 제작진이 마련한 작업실에 입주한다.
조정석이 음악 제작을 위한 장비를 작업실에 들여놓던 중 평소 친한 배우 정상훈에게 전화가 온다. 조정석의 권유로 작업실에 놀러 온 정상훈은 마지못한 척 가수 데뷔를 도와주겠다고 하고, 평소 친분이 있는 유튜버 문상훈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신인가수 조정석’은 초반부 조정석이 “앨범을 만든다면 99%는 인맥이고 1%는 나의 노력”이라고 말한 것처럼 여러 인기 연예인이 연달아 출연해 도움을 주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1회엔 정상훈과 문상훈이 심사를 위해 싱어송라이터 윤종신과 작사가 김이나, 래퍼 로꼬와 그레이를 부른다. 2회엔 가수 아이유, 3회엔 다이나믹 듀오, 5회엔 박효신과 거미가 나와 도움을 준다.
조정석이 발표한 신곡 ‘샴페인’의 뮤직비디오 연출은 정경호가, 주연배우는 공효진이 맡는다.
마지막 8부는 조정석이 신인가수로서 처음 서는 무대인 데뷔 쇼케이스 ‘잠깐 들어봐 줄래?’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과정을 담아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음악일주’는 아직 2회밖에 방영되지 않았고 ‘신인가수 조정석’은 공개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콘텐츠 자체의 성패를 평가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고 일부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음악일주’는 기안84가 이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데뷔곡 ‘민들레’가 지니뮤직 실시간 ‘톱 200’ 차트 12위에 올랐고, ‘신인가수 조정석’은 홍보를 위해 올해 1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청계산댕이레코즈’가 구독자 30만을 넘기고 첫 영상이 16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음원 소비와 공연 등을 연계해 화제성을 높일 수 있는 음악 예능의 장점과 가수 데뷔라는 도전과 성취가 주는 재미를 접목한 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한 시청자는 ‘음악일주’의 시청자 게시판에 자필로 쓴 응원 글을 올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전하는 모습에 저도 힘을 (얻었다)”고 평가했고, 다른 시청자는 “자유를 표출하는 (기안84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