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순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1일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과거사와 전쟁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지지통신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합동 연설에 과거사 반성이 포함될지에 대해 “일단락돼 있다”며 “이번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패권주의 행동을 강화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미국과 일본이 ‘글로벌 파트너’로서 뜻을 같이하는 나라와 함께 국제질서 유지에 공헌해 나가겠다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달 5일 기시다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 계획을 알리면서 “국제사회가 여러 과제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미일의 강한 결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4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일본 총리로서는 9년 만에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연설에서 “우리(일본)는 전쟁(2차 세계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전후를 시작했다”며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관점들을 계승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역대 담화를 관통하는 핵심 용어인 ‘식민지배와 침략’ 등의 표현이나 분명한 사죄를 언급하지 않아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해 온 주변국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연설에서 ‘사죄’는 물론 ‘과거사 반성’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면 역사 인식 측면에서 아베 전 총리 연설보다 후퇴했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