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격의 진종오’ 박진호, 유독 패럴림픽서 불운

대추격전으로 감격스러운 우승 “애국가 들을 때 눈물 날 뻔”

장애인 사격선수 박진호(47·강릉시청)는 월드컵 열기가 가시지 않던 2002년 가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낙상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하지가 마비됐다.

그의 나이 25세 때 일이었다.

체육대학에 재학 중이었던 박진호는 훌륭한 체육인이 되겠다는 꿈과 희망을 잃었다.

그는 공무원 시험까지 알아봤다.

체육인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으려던 그때, 큰누나 박경미 씨는 박진호를 다그쳤다.

장애인이라도 운동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선수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박진호는 누나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총을 들었다.

그렇게 장애인 사격선수 박진호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박진호는 한국 최고의 장애인 사격선수가 됐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휩쓸었고, 그해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4개나 땄다.

박진호는 승승장구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다관왕에 올랐다.

올해 열린 창원 장애인사격월드컵대회에선 무려 5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박진호는 유독 패럴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유력한 2관왕 후보로 꼽혔으나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집중하는 박진호
집중하는 박진호(샤토루[프랑스]=연합뉴스) 공동 취재단 = 장애인 사격 국가대표 박진호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에서 조준하고 있다.

박진호는 세 번째 패럴림픽에서 마침내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섰다.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9.4점을 쏴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를 제치고 우승했다.

그는 경기 초반 난조에 시달리며 조기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중반 이후 고득점 행진을 펼치며 대추격전을 펼쳐 금메달을 땄다.

경기 후 만난 박진호는 “2014년부터 이 종목 본선 세계신기록을 여러 차례 세웠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대회에서 많은 금메달을 땄는데 패럴림픽에선 우승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며 “도쿄 대회 때도 이기고 있다가 고관절 쪽에 경련이 나서 0.1점 차로 금메달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비어있는 것이 꽉 찬 느낌이다. 애국가를 들을 때 눈물 날 뻔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장애인 사격 선수 생활을 하는 아내 양연주 씨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아마 집에서 엄청나게 울고 있을 것”이라며 “연주야, 오빠 금메달 따서 간다. 사랑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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