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해 최대 1천억 달러(약 134조원)의 우크라이나 군사기금 조성 논의에 착수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외교장관회의 첫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하는 다년간 재정적 약속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화된 약속의 틀 안에서 예측 가능성과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국의) 단발성·자발적 기여 대신 나토 약속에 기초해 장기 지원을 더 많이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해 7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에서 합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이날 회의에 앞서 이 기금의 규모를 향후 5년간 1천억 달러로 제안했다고 전했다.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에서 이뤄지는 조율 작업을 나토가 맡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조율하는 과정에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나토 회원국의 개별 지원과, UDCG 협의를 통한 단발성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대신 지원 공조를 직접 주도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나토가 제안한 1천억 달러가 어떤 방식으로 마련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현재로선 나토가 각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2%’로 가이드라인을 정해놨듯 큰 틀에서 목표 금액을 정한 뒤 각국 경제규모에 따라 기여를 약속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크리샤니스 카린슈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제안된) 기금은 GDP 대비 일정 비율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구스 싸흐크나 에스토니아 외교장관은 “모든 동맹이 매년 GDP 대비 0.25%의 군사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나토 회원국 중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 등이 계속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해온 만큼 논의 과정에서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기금 조성을 먼저 제안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이날 기금 총액 관련 질문에 “디테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후임 선정을 위한 논의도 이뤄진다.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후보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등 두 명이다.

현재까지는 뤼터 총리가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을 포함해 회원국 90%의 지지를 받으면서 우세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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