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주와 최고 1.7달러 차이
수십년 지속된 환경규제
정유사 줄고 비용부담↑
오를땐 ‘빨리’, 내릴땐 ‘찔끔’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전국 개솔린 가격이 낮아진 것과는 달리 캘리포니아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미 캘리포니아가 환경오염 관련 여러 규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부터 소비세 인상 등에 나서면서 전국 개솔린 가격과 디커플링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9일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전국 평균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3.35달러로 1주일(3.40달러) 전보다 5센트 낮아졌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이날 기준 개솔린 가격은 4.61달러로 1주일(4.59달러) 전보다 0.02센트 오르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캘리포니아는 하와이(4.66달러)에 이어 전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이다. 워싱턴주(4.17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가 3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는 전국 평균보다 무려 1.26달러나 높은 개솔린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개솔린 가격이 2달러대인 사우스캐롤라이나(2.97달러), 텍사스(2.94달러), 오클라호마(2.89달러), 미시시피(2.89달러)와 가격차가 1.72달러까지 벌어진다. 가뜩이나 주택가격과 보험료, 임대료가 다른 주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비싸 주머니가 얇아진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다이아몬드 바에서 LA로 출근하는 40대 한인은 “전에 쓰던 차는 수소차였는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내연기관 자동차로 바꾼지 얼만 안됐다”며 “인근 네바다주로만 나가면 개솔린 가격이 3달러대로 낮아지는데 왜 캘리포니아 주민들만 비용부담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NN을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캘리포니아 주가 지난 1943년 여름 ‘스모그’ 공포를 경험한 이후 수십년간 단행해온 각종 환경 규제와 유류세 인상이 다른 주와 비교해 개솔린 가격이 비싼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CNN은 “캘리포니아는 연방정부보다 더 엄격한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유일한 주”라고 강조했다.
이미 전국 최고수준에서 추가적으로 오르고 있는 유류세는 주민들에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다. 앞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소비세를 갤런당 57.9센트에서 59.6센트로 1.7센트 인상했다. 여기에다 주민들은 2.25%의 판매세와 갤런당 18.4센트의 연방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주 정부가 정유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각종 환경규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오염물질이 덜 배출되는 청정 연소 휘발유 정제를 의무화하고 있고, 이는 다른 주와 비교해 갤런당 10센트의 비용을 추가 시키는 요인이다. 주 정부는 정유사들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저탄소 연료 표준을 위한 설비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주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제가 가능한 정유소는 11개로 줄어든 상태다. 이들 정유소는 캘리포니아 내 개솔린 정유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가 주정부가 통과시킨 ‘SBX 1-2’ 법안은 정유사들의 향후 설비투자를 위축시켜 개솔린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법안은 정유회사들의 바가지 가격을 근절하기 위해 독립적인 전담 감시기구를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 산하에 설립하고, 정유사들의 차익 상한선을 설정해 높은 폭리를 취할 경우 주정부가 이를 벌금으로 추징해 거둬들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앤디 월즈 쉐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캘리포니아 내 정유소 투자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주 정부의 규제 정책 이후 감소했다”며 “정유소 마진에 상한선을 설정해 벌금을 매기는 것은 결국 정유소 인프라 투자를 더욱 감소시키고 가솔린 공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주 한국일보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