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 시 ‘억만장자 증세’ 추진 방침을 밝히자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민주당 기부자들도 상당수 있다. 이들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증세 공약 폐기를 압박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대선 캠프가 지난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부자 증세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혀 해리스 부통령을 후원하는 기업인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같은 세금 인상은 바이든 행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도 포함돼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세수 확보를 위해 현 정부의 기조를 승계하겠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안의 골자는 순자산 1억달러(약 1천335억원) 이상인 사람에 대해서는 임금과 같은 정규 소득뿐만 아니라 미실현 자본소득도 과세 대상에 포함해 25%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지 않아도 가치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NYT는 이런 증세 구상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기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대선 캠프 참모들과 재계 인사들에게 직접 불만을 제기했다.
해리스 부통령 측근들은 증세안이 부유층 가운데 극히 일부에게만 적용되고 쉽게 팔리지 않는 투자 자산에 대한 과세는 유예될 수 있다고 달래고 있지만 고액 기부자들의 경계심은 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선거 캠프 후원자인 클라우드 저장업체 ‘복스'(Box)의 최고경영자(CEO) 에런 레비는 자신과 다른 실리콘밸리 경영진은 증세 구상을 “매우 징벌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벤처캐피털 투자자와 창업자, 기술기업 CEO의 모임이 자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75%가 “미실현 자본소득에 과세하면 혁신을 억누를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투자를 많이 했지만 이익은 실현되지 않았는데 여기에 세금을 매길 경우 혁신 산업과 기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모임에는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겸 투자자인 리드 호프먼 등 민주당 고액 기부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논란의 증세안이 시행되려면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 그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이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해도 상당한 정치적 반대에 직면할 수 있고, 미실현 이익 과세를 둘러싼 위헌 논란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