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의 중국 방문을 마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측에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29일 중국 베이징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가진 방중 결과 브리핑 자리에서 “이번 방중 기간 중국의 잠재적 선거 개입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중국 당국자들을 만날 때마다 선거 개입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국가도 미국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방중도 이런 면에서 다르지 않고, 나는 그러한 점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관해 중국 측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에 관한 물음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외교정책팀을 지도하는 멤버이자 전체 인도·태평양전략 구상·집행의 일부분으로, 미중 관계 관리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리창 총리와 함께 관여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그는 중국 두 지도자에게 알려져 있고, 나는 부통령과 가까이에서 일한 내 경험과 관점을 (중국 측에) 공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 당국자들이 다가오는 미국 행정부 교체에 관해 걱정하거나 우려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들은 선거와 정권 이양이 민감한 시기이고, (이 기간의) 책임 있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 시기에 이뤄진 내 방문은 다가오는 민감한 시기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시작한 이번 방중 기간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중국군 2인자’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났다. 이날 브리핑 직전엔 시진핑 주석과의 ‘깜짝’ 만남도 성사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특히 장유샤 부주석과의 만남에 대해선 “미국 당국자에게는 8년 동안 일어나지 않은 일로, 그 자체로 중요하다”며 “(양국) 군 당국간 소통 라인에 추동력과 모멘텀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중국군 남부전구 사령원 간에 통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장 부주석과의 회담 성과라고 재차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해서는 “긴장 완화가 우선이고, 우리는 필리핀과 중국의 직접 대화를 지지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상호방위조약이 남중국해와 다른 해역에서 운항하는 해양경비정을 포함한 공공 선박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남중국해에 관해 어떤 특정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며 “우선 미국이 필리핀 같은 당사자들을 제쳐놓고 중국과 합의를 할 수는 없고, 두 국가 사이의 직접 외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중국과 의견을 교환했으나 “미국은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중국과) 이 문제에 관해 진전을 이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만 문제에 관해선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고,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관계법, 중미 3대 공동성명, 6대 보장(대만에 대한 제약 없는 무기 수출, 대만 주권의 사실상 인정, 대만에 불리한 양안관계 협상 개입 금지 등을 골자로 1992년 미국이 천명한 원칙)을 따른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는 “두 사람이 모두 올해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고, 참석한다면 함께 앉을 기회를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확인이나 발표를 기다려야겠지만 그 방향이 논리적·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시 주석과 설리번 보좌관이 만난 것을 확인하면서, 양측이 대만해협 현안, 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사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또 시 주석과 설리번 보좌관이 이날 회동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앞으로 몇주 안에” 전화 통화하는 계획을 포함해 열린 소통 경로를 유지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환영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