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중국 경제 구조가 전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세계 경제에 중국형 구멍(China-Shaped Hole)이 있다’는 제목 기사를 통해 소비 비중이 낮은 중국 경제 구조가 중국 경제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른 주요 경제권에서는 소비가 GDP의 50∼75%에 기여하지만, 중국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를 부동산, 인프라, 공장 등에 대한 투자와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낮은 소비 비중은 중국 경제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판단이다. 한때 내수를 견인한 주요 요소였던 부동산 투자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는 데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기업은 자국 소비자에게 팔 수 없는 것을 수출하는데, 그 결과 중국의 연간 상품무역 흑자 규모는 9천억달러(약 1천20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는 세계 GDP의 0.8%에 달하는 규모로, 중국이 기록하는 무역 흑자는 다른 국가에는 막대한 적자라는 의미다.

미국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중국의 대미 흑자는 다른 나라에도 점점 더 ‘아픈 곳’이 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터 선임연구원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중국의 연간 흑자는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아시아 신흥경제국, 나머지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모두 크게 늘었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시장 조사국장은 “중국은 세계 소비 가운데 비중이 13%에 불과하지만, 투자의 28%를 차지한다”며 중국이 다른 국가의 투자 시장을 빼앗아 자체 투자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에서 중국의 성장모델은 전 세계와 대립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초기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경제 규모가 크고 소비 비중이 너무 낮다는 데 문제가 있다.

로듐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소비 비중이 EU나 일본과 같은 수준이라면 연간 가계 지출은 현재 6조7천억달러(약 8천946조원)가 아니라 9조달러(약 1경2천조원)는 돼야 한다.

그 차이인 2조3천억달러는 이탈리아 전체 GDP와 비슷한 규모로, 세계 수요 전체의 2%에 구멍이 났다는 의미라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 경제에서 소비 비중이 낮은 원인은 중국의 재정 시스템 및 정부 정책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가계 상위 10%가 총저축의 7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 세수에서 차지하는 개인소득세 비중도 작아 소득 분배 효과도 적은 편이다.

여기에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은 물론 저부가가치 제품까지 중국이 모두 생산하겠다는 전략으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 경제국과도 경쟁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물론 한때 중국을 고객으로 여겼던 국가들도 중국을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멕시코, 칠레, 인도네시아, 터키는 모두 올해 대중 관세 부과를 발표했거나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캐나다도 최근 새로운 대중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신문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각국과의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취약해진 세계 무역시스템도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압박받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연합뉴스>

0
0
Shar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