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이 대표적 증상… 설사·변비·복부 팽만감도
직장인 K(33)씨는 조금만 신경 쓰거나 술을 마시면 곧바로 복통과 설사를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된다. 회의 발표자로 나서거나 윗사람이 갑자기 부르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며 부글거린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변도 시원하게 보지 못하고 변비 증세까지 있다. 동네 의원을 찾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 진단한 결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이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복통(주로 배꼽 주위나 하복부)이나 복부 팽만감, 복부 불편감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장애가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전 인구의 10~15%에게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140만8,497명이었다.
■복통이 대표적 증상…빈혈·혈변·체중 감소 생기면 다른 질환
과민성대장증후군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화관 운동 변화나 특정 음식 등에 의한 내장 과민성, 감염 등으로 발생한 장내 세균총 변화, 뇌-장관 상호 연관성,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30대에 흔하고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론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남녀 간 유병률 차이도 크게 없다.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이다. 잠자다가 깰 정도로 심한 통증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복통이 몇 달간 지속되고 설사·변비 등 배변 습관 변화로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복통은 배변 활동과 관련된 경우가 많고, 복부 팽만감이 종종 동반된다. 최소한 6개월 전에 시작된 복통이 지난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반복될 때 의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와 우울·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최영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하지만 잠에서 깰 정도로 심한 복통이 생기거나 체중이 단기간에 크게 줄고 혈변이나 흑색변 등 위장관 출혈이 동반되는 경고 증상이 있으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은 적이 없는 50세 이상의 성인 ▲혈변이나 흑색변 등 위장관 출혈 동반 ▲수면 중 깰 정도의 심한 통증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 등 가족력 ▲철 결핍 빈혈 ▲대변 분변 검사에서 양성이라면 대장 내시경검사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다른 검사를 해야 한다.
■식습관 바꾸고 신체 활동 늘리면 증상 개선
증상을 개선하려면 우선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고지방식과 유제품, 튀긴 음식, 가스가 많이 생기는 포드맵(FODMAP) 식이, 밀가루 음식, 술, 담배, 카페인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탄수화물 가운데 작은 당분을 묶어 ‘포드맵’이라고 한다. 발효할 수 있는 올리고당ㆍ이당류ㆍ단당류ㆍ폴리올을 말한다. 올리고당엔 갈락탄ㆍ프룩탄, 이당류엔 유당, 단당류엔 과당, 폴리올엔 솔비톨ㆍ자일리톨 등이 포함된다. 이들 포드맵 식품은 대장에서 쉽게 발효돼 가스를 만들고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포드맵 식품으로는 위장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진 브로콜리ㆍ양배추와 함께 살구ㆍ체리ㆍ자두ㆍ아보카도ㆍ버섯ㆍ생마늘ㆍ생양파ㆍ각종 소스 등이 해당된다. 포드맵 식품은 일반인에게는 ‘좋은’ 성분이지만,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게는 ‘나쁜’ 성분이다. 마늘·양파·양배추·자일리톨·사과·배·수박 등에 포드맵 성분이 많다.
반면 포드맵이 적은 과일로는 바나나·블루베리·레몬·자몽·라즈베리, 채소는 당근·셀러리·감자·호박, 곡류는 쌀·귀리·타피오카, 유제품은 락토스(유당 분해 효소)가 들어 있지 않은 우유와 요구르트·경성 치즈 등이다. 두부·설탕·당밀·메이플시럽 등도 포드맵이 적다.
신승용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쌀로 만든 음식, 두부 등 가스를 적게 만들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과민성 장증후군 완화에 도움을 준다”며 “변비형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채소ㆍ해조ㆍ견과류 같은 고식이 섬유 식품이 좋다”고 했다.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도 복통이나 변비, 설사 등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한 가지 음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본인에게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을 식이일지 등을 통해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미주 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