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 책사’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 베이징에 도착해 카운터파트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만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왕 주임은 설리번 보좌관을 만나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원한다”며 “중·미 관계가 샌프란시스코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양측이 도울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비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국 관계 발전 청사진을 말한다.

설리번 보좌관도 베이징 도착 직후 “(왕 주임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의견이 일치하는 이슈들과 여전히 견해차가 있어 효과적으로,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안들을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司) 사장(국장급)과 니콜라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이날 공항에서 설리번 보좌관을 영접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이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초청으로 설리번 보좌관이 27∼29일 중국을 방문해 새로운 중미 전략적 소통을 개최한다”며 “오늘(27일) 오후 설리번 보좌관 비행기가 베이징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이자 설리번 보좌관의 첫 방중”이라며 “양국 정상의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중요 공동인식을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설리번 보좌관의 방중 일정을 발표하면서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 채널 유지 노력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설리번 보좌관이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 주임과 만나 양국 관계 현안, 마약 대응 협력, 군 당국 간 통신, 인공지능(AI) 리스크 등을 논의하고, 북한·중동·미얀마 문제 등 글로벌 현안과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또 설리번 보좌관이 중국의 러시아 군수산업 지원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서도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5일 “왕 주임은 설리번 보좌관과 중미 관계와 민감한 문제, 중대한 국제·지역 쟁점 문제에 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대만 문제, 고율 관세, 제재 쟁점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남중국해 갈등과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등 미국과 중국이 크고 작은 이견을 드러내 온 문제에 관해서도 자국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정책을 이끄는 두 사람의 대면 접촉은 지난 1월 말 태국 방콕 회담 이후 7개월 만이다.

미국이 11월 대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위 외교 책사를 중국에 파견하는 것은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 가능성에 ‘견제구’를 던지고, 중국과의 갈등이 선거를 앞두고 크게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설리번 보좌관이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도 이날 나온 상황이어서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주임 간 회동이 더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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