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18명, 하원의장에 서한…”완전폐기는 최악 시나리오”
공화당 내부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산업 보조금을 지지하며 폐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년에 제정된 IRA는 전기차, 풍력,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등의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으로,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표적인 입법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의회 표결 당시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이후에도 공화당은 이 법이 물가를 올리고 시장을 왜곡하며 중국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며 폐기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화당 강세 지역이 연방 보조금과 보조금이 유인한 기업들의 민간 투자,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의 혜택을 입으면서 IRA에 저항하는 단일 대오가 흐트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에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8명이 같은 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IRA를 폐기하려고 할 경우 에너지 세액 공제는 그대로 둘 것을 요청했다.
서한에서 의원들은 에너지 세액 공제를 없애면 이 혜택을 받으려고 지역구에 투자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할 우려가 있다면서 IRA 전체를 폐기할 경우 이미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쓰고도 건지는 게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에너지 세액 공제가 공화당 지역구에서도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공화당 내에도 IRA 일부 내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번 서한은 공화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나선 첫 사례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서한을 주도한 앤드루 갈바리노 하원의원(뉴욕)은 산업계에서는 세액 공제 폐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서한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서한 취지를 지지하는 공화당 하원의원 10여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공화당 강경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은 서한에 서명한 하원의원 18명 모두 작년 IRA 기후 보조금을 폐기하려는 법안에 찬성했다고 지적하고서 “공화당은 워싱턴DC의 로비스트들을 무시하고 우리나라를 파괴하는 기후 기업 패거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해야 한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밥 굿 하원의원(버지니아)도 엑스에서 “IRA를 당장 완전히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는 아직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결정하든 IRA 폐기 여부는 11월 대선과 상·하원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민주당이 IRA 폐기에 완강하게 반대할 게 뻔한 상황에서 완전한 폐기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IRA를 “사기”라고 규정하는 등 이 법을 비판해왔다.
그는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세액 공제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화당은 이전에도 IRA 때문에 분열된 적이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이 2023년 국가 채무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에탄올에 대한 IRA 세액 공제를 폐기하려고 하자 바이오연료 산업에 의존하는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의원이 전원 반발했고, 공화당 지도부는 결국 에탄올 세액 공제만 폐기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