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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로 대피한 학생은 생존, 에어매트 택한 2명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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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대고 버텨….

23일 경기 부천 화재 호텔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는 연기로 뒤덮인 객실에서 간신히 구조되던 순간을 떨리는 목소리로 되짚었다.

강원 강릉 모 대학 간호학과 학생인 A씨는 최근 부천의 대학병원으로 실습받으러 왔다가 이곳 호텔 806호에 머물게 됐다.

발화 지점인 810호 객실과는 멀지 않은 곳에 투숙하고 있던 만큼, A씨는 금세 불이 난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A씨는 “타는 냄새를 맡고 객실 문을 열었는데 복도 전체가 회색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현관문을 닫고 객실 반대편 창문을 열어봤지만, 연기가 확산하는 것을 보고 당장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다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고 소방대원의 안내에 따라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수건으로 막고 샤워기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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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순간이었지만, 샤워기에서 뿜어나온 물이 수막을 형성해 일시적으로 유독가스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보가 뇌리를 스쳤고 A씨는 지체 없이 행동했다.

A씨는 두려움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화장실에 머물렀고 여러 차례 인명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들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그는 “화장실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문을 열려고 했는데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기절했다”며 구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 가족은 이날 A씨의 노트북과 지갑 등 숙소에 남겨진 짐을 찾으러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았다.

A씨 어머니는 “간호학과생인 딸이 샤워기를 틀고 잘 대응해준 것 같다”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있을 때 이런 대응 방법들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806호 투숙객이 극적으로 생존한 것과 대조적으로, 806호의 복도 건너편 807호 투숙객 2명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졌다.

30∼40대 남녀 2명은 전날 화재 발생 21분 만인 오후 7시 55분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를 뒤덮으며 상황이 급박해지자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져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뒤이어 뛰어내린 남성도 바닥으로 떨어져 2명 모두 숨졌다.

이들이 머물던 807호는 발화 지점인 810호와 같은 라인에 있기 때문에, 복도 건너편의 806호보다는 열기와 연기를 더욱 참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화재로 인해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길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2004년 준공된 이곳 호텔 건물은 모두 63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화재 당일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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