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가 세운 한국계 교토국제고등학교가 23일 우승의 기적을 연출한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통칭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일본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1924년 일본 전국고교야구대회를 개최하고자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이 개장하면서 경기장 이름을 딴 고시엔은 일본 고교야구대회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현재 고시엔 구장은 고교야구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일본프로야구 간사이 지역의 대표 구단인 한신 타이거스가 홈으로 사용한다.
고시엔은 크게 마이니치 신문사가 주최하는 봄의 고시엔, 아사히 신문사가 주최하는 여름 고시엔으로 나뉜다.
1915년 일본 전국중학교우승야구대회(이후 고교 대회로 명칭 변경)를 모태로 한 여름 고시엔이 원조다. 교토국제고는 올해로 106회째를 맞이한 여름 고시엔의 챔피언이다.
여름 고시엔에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대표 47개교에 지역이 큰 홋카이도, 도쿄도에서 온 1개교씩을 더해 49개교가 출전한다.
4천 개가 넘는 일본 고교 야구부가 실력을 겨뤄 지역 대표로 고시엔을 밟기에 여름 고시엔은 꿈의 무대로 불린다.
1924년부터 열리는 봄 고시엔의 공식 명칭은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로 토너먼트를 거쳐 지역 대표를 뽑는 여름 고시엔과 달리 전형위원회의 결정으로 출전학교가 결정돼 선발을 뜻하는 일본어 ‘센바츠’로 불린다.
출전팀의 대표성, 대회 개최 시기 등 여러 면에서 고시엔의 간판은 8월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펼쳐지는 여름 고시엔이다.
까까머리 고교생들이 지역의 명예와 우승을 위해 열정적으로 몸을 던지는 투혼, 빛나는 청춘, 순수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고시엔은 야구의 나라 일본에서 프로야구보다도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여름 고시엔 전 경기를 중계하며 대회 기간 라디오 중계도 폭발적인 청취율을 자랑한다.
대회 기간 수 백개의 공을 던졌다는 여러 투수의 일화는 과거에 찬란한 영광이었지만, 지금은 혹사의 전형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는다.
다만, 꿈의 무대에서 일생에 남을 순간을 위해 매 경기 전력으로 맞붙는 각본 없는 청춘의 향연에 일본인들은 여전히 열광한다. 장년 팬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선사하고, 젊은 세대에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무대다.
교토국제고는 교토부를 대표해 2년 만이자 세 번째로 출전한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대형 사고를 쳤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처음으로 여름 고시엔에 출전한 2021년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고 2022년에는 1차전에서 탈락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주쿄대학 부속 주쿄고교가 여름 고시엔에서 가장 많은 7번의 축배를 들어 올렸다.
평생에 한 번 밟을까 말까 한 고시엔 구장의 흙을 담아 선수들이 고향으로 가져가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풍경은 고시엔만의 전통이다.
일본프로야구와 미국프로야구에서 뛰어 한국 팬에게도 익숙한 얼굴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43)는 요코하마 고교 재학 시절 ‘초고교급 투수’, ‘헤이세이의 괴물’로 불리다가 1998년 여름 고시엔 오사카 PL 학원과의 1회전에서 연장 17회 동안 70명의 타자를 맞아 공 250개를 던지고 승리 투수가 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시엔의 최고 스타로 투수 구와타 마스미(56), 타자 기요하라 가즈히로(57) ‘KK콤비’를 많이 꼽는다.
PL 학원의 투타 양대 축을 이룬 둘은 1학년이던 1983년 여름 고시엔부터 3학년이 된 1985년 여름 고시엔까지 팀을 5회 연속 4강 이상으로 올렸다.
PL 학원은 1983년, 1985년 여름 고시엔에서는 우승을, 1984년 봄 고시엔과 여름 고시엔에서는 각각 준우승했다.
구와타는 고시엔 통산 20승 3패, 평균자책점 1.55를 남겼고, 기요하라는 통산 타율 0.440에 홈런 13방을 터뜨렸다.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둘의 운명은 요미우리 자이언츠(구와타), 세이부 라이언스(기요하라)로 갈렸고, 구와타는 요미우리에서만 20년간 173승, 탈삼진 1천980개, 평균자책점 3.55를 남겼다.
일본의 대표 타자로 활약한 기요하라는 세이부, 요미우리, 오릭스 버펄로스 세 팀에서 통산 2천122안타, 홈런 525개, 타점 1천530개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