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세포·동물 모델서 치료 효과 확인…사람 대상 임상시험 계획”
백혈병·유방암 등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후보 약물인 ‘인돌아민-2,3-이산화효소1′(IDO1) 억제제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 기억력과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Penn State)와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23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키누레닌(kynurenine)으로 분해하는 효소인 IDO1을 억제하는 항암제 후보물질이 알츠하이머병 세포 및 동물 모델에서 초기 단계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현재 흑색종, 백혈병, 유방암 등 여러 유형의 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IDO1 억제제를 알츠하이머병에 처음 적용한 사례라며 이 결과는 IDO1 억제제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초기 치료제로 용도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 연결 부위인 시냅스와 신경회로에 회복될 수 없는 손상이 일어나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사고, 기억, 언어를 제어하는 뇌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 병이 진행되면서 가벼운 기억력 상실부터 의사소통 능력과 환경에 대한 반응 능력 상실까지 증상이 심해진다.
현재 치료법은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τ) 플라크를 표적으로 증상을 관리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그치고 있으며 발병을 막거나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승인된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있는 시험관 세포 모델과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인간 세포 모델 등 전임상 모델에서 IDO1을 억제하면 신경세포의 대사를 돕는 성상교세포(astrocytes)에서 포도당 대사가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IDO1은 졸음을 유발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키누레닌이라는 화합물로 분해하는 효소로, IDO1의 작용으로 키누레닌이 너무 많이 생성되면 성상교세포에서 신경세포에 공급하는 포도당 대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세포 모델에서 IDO1을 차단해 키누레닌 생성을 억제하면 성상교세포가 젖산염으로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기능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 IDO1 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뇌 해마의 포도당 대사와 성상교세포 기능 저하가 개선됐고 공간 기억력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 저자인 스탠퍼드대 캐트린 안드레아슨 교수는 “IDO1 억제제를 투여한 쥐는 인지 및 기억력이 좋아졌다”며 “IDO1 억제제가 건강한 시냅스를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행동까지 회복시키는 것은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DO1 억제제는 현재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나 인지 및 기억력 개선 효과는 예상하거나 측정하지 못했다”며 “다음 단계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IDO1 억제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