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외식비·재정부담
인앤아웃도 9.5% 올려
한인식당들은 인하행렬
직장인들로 다시 붐벼
LA 한인타운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한모씨는 요즘 점심메뉴 선택하는 일이 즐겁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지만 나머지 날들은 주변의 다양한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착한 가격대’의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높아진 외식 물가에 팁을 주지 않는 푸드코트나 패스트푸드, 투고가 용이한 양식 위주로 점심을 먹었다면 요즘엔 다르다. 한식, 중식을 포함해 LA 한인타운에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린 식당들이 늘어나면서 팁을 주더라도 부담이 덜해진 탓이다.
신선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인앤아웃’ 마저 결국 세트메뉴 가격을 9.5% 인상하는 등 치솟는 외식비에 패스트푸드 조차 비싸서 마음 편히 못 사먹는 시대다. 그러나 이러한 고물가 시대를 역행하듯 앞다퉈 가격을 인하하는 한인식당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한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파격 할인 메뉴는 중식당들이 선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업주가 바뀐 웨스턴과 4가 ‘LA 흥래각’은 짜장면을 6.99달러, 해물가득짬뽕을 9.99달러에 선보이고 있다. 당초 이 식당은 그랜드오픈 기념으로 한정된 기간 동안 할인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소문을 듣고 고객들이 몰리면서 여전히 같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3가에 있는 ‘좀비치킨 & 놀부짬뽕’에선 짜장면을 4.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 중이다. 웨스턴가 로데오 갤러리아 샤핑몰 푸드코트에 새로 문을 연 ‘룰루네’ 2호점의 짜장면 가격은 8.99달러. 버몬트 갤러리아마켓 푸드코너에선 9.13달러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짬뽕지존 윌셔점’이 주7일 하루 종일 8.99달러에 짜장면 판매를 시작했다.
중식당들의 파격적인 할인 행렬에 한식당들도 동참하며, 가격 인하의 바람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올림픽과 뉴햄프셔에 위치한 ‘통큰 설렁탕’은 투고 시 ‘하나 사면 하나 공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6가 시티센터에 위치한 ‘한신포차’의 경우 8가지 점심 도시락 메뉴를 8.99달러에 판매한다.
그런가하면 베벌리와 호바트에 있는 ‘설가’는 한정기간 동안 차돌 설렁탕을 19.99달러에서 반값인 9.99달러로 인하했다.
웨스턴과 3가 북쪽 ‘현풍 할매집 곰탕’은 하루종일 5.99달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5.99달러 메뉴는 우거지 해장국과 물냉면 2가지. 웨스턴과 4가 ‘주막’(옛 초막)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머세일로 14.99달러짜리 칡냉면 가격을 7.99달러로 내렸다.
일요일인 지난 18일 점심시간, 몰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없어 보이는 흥래각 업주는 “할인 메뉴 덕분에 일반 메뉴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며 “손님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하셔서 좋고 업주들은 늘어날 매출에 좋고 1석 2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주 한국일보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