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총 6명으로 늘어…린치의 18세 딸은 여전히 실종
린치 무죄 판결 축하여행 초청받은 재계·법조계 거물들도 참변
호화요트 침몰 원인 놓고 의견 분분…”용오름” vs “인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침몰한 호화요트에서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오토노미 창업가 마이크 린치의 시신이 실종 사흘 만인 22일(현지시간) 수습됐다.

안사(ANSA),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심해 잠수부들이 이날 수심 49m 아래에 가라앉은 요트 선실에서 린치의 시신을 수습했다. 린치의 시신은 전날 오후에 발견됐지만 날이 어두워져 수습 작업은 하루 뒤인 이날 이뤄졌다.

그의 시신은 파란색 시신 운반용 부대에 담겨 인근 병원 영안실로 운구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잠수부들은 총 6명의 실종자 가운데 유일하게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린치의 18세 딸 해나를 찾기 위해 선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 소방당국의 루카 카리 대변인은 요트가 측면으로 누워 있는 데다 수심이 깊고 선체 내부가 협소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되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신 5구가 수습됨에 따라 이번 침몰 사고의 사망자는 총 6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선상 요리사의 시신이 침몰 당일인 지난 19일에 수습됐다.

전날 수습된 시신 4구는 영국 금융인인 조너선 블루머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부부, 국제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미국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 부부로 확인됐다.

이들은 린치 아내 회사 소유의 호화요트 베이지언호를 타고 시칠리아 여행에 나섰다가 지난 19일 새벽 격렬한 폭풍우에 휘말려 참변을 당했다.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린치의 아내,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15명이 구조됐다.

탑승객들은 린치가 2011년 미국 휼렛패커드(HP)에 오토노미를 110억달러(약 14조7천억원)에 매각할 당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사기 혐의에서 최근 벗어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린치는 지난 6월 미국 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블루머 회장은 린치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했고, 모르빌로는 린치를 대리한 로펌의 변호사였다.

1년여의 가택 연금에서 풀려난 린치는 무죄 판결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법정에서 싸워준 이들을 호화요트 여행에 초대했으나 ‘죽음의 항해’가 되고 말았다.

린치는 영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비견될 정도로 영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수학자인 그는 1996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창업, 대형 상장기업으로 키워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6년에는 영국 기업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유럽 최대규모의 생체의학 연구소인 프랜시스 크릭의 이사회 의장인 브라운 경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린치의 아이디어와 비전은 영국과 전 세계의 과학과 기술에 큰 공헌을 했다”며 “위대한 능력을 갖춘 한 인간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린치가 펠로로 활동했던 영국 왕립 공학 아카데미는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린치는 멘토이자 기부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마지막 남은 실종자인 린치의 딸 해나의 시신이 수습되면 당국은 배를 인양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침몰 사고의 원인으로는 소용돌이 물기둥, 용오름 현상이 꼽힌다. 실제로 목격자들은 요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전장 56m의 요트는 불과 3∼5분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여파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국지적이고 돌발적인 기상 이변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더위에 통풍을 위해 밤새 해치와 창문을 열어 놓은 탓에 침수돼 침몰했다는 의견도 있다. 침몰 전날 기온은 약 33도까지 올라갔다.

영국 선적의 베이지언호는 2008년 이탈리아의 슈퍼요트 전문 제조업체 페리니가 건조했고 2020년 마지막으로 개조됐다. 

페리니의 모회사인 이탈리안 씨 그룹의 조반니 코스탄티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베이지언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요트 중 하나”라며 “페리니가 제작한 요트는 허리케인 등급 중 가장 강한 5등급의 카트리나에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승무원들이 안전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라며 조사관들이 요트의 출입문과 해치가 열려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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