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이 중국 ‘빅2’ 업체의 독과점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LCD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공장을 중국 2위 패널 업체인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중국이 캐시카우인 LCD 시장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까지 추격해 한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옴디아의 ‘CSOT의 LG디스플레이 중국 LCD 공장 인수 시나리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CSOT의 LCD 패널 생산 능력 점유율은 17.8%였다. 하지만 옴디아는 CSOT가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을 연내 인수할 경우 생산 점유율이 크게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년 대비 약 2%포인트 증가한 19.7%로 오르고 2028년에는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지난해 6.2%였던 LG디스플레이의 LCD 생산 능력 점유율은 2027년 1.8%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CSOT는 최근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CSOT가 누구보다 공장 매입에 적극적인 것은 LCD 업계에서의 위상 확보 때문이다. 광저우 LCD 공장은 월 최대 21만 장의 8.5세대 LCD TV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CSOT가 공장을 인수하면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4개의 8.5세대 LCD 공장 중 가장 큰 규모의 설비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약세였던 32·55·65인치 LCD 생산 능력을 보완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 1위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저우 LCD 공장은 고도화한 LCD 기술이 집약돼 있고 생산성도 좋다”며 “세계 최대의 TV 회사로 공급되는 패널들이 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CSOT가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SOT가 LG디스플레이의 공장을 인수하면 중국 디스플레이의 힘은 더 강해진다. CSOT는 공장 인수 뒤 세계 LCD 1위 BOE와 함께 이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투톱’으로 군림할 수 있다. CSOT의 인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가정하면 2027년에는 두 회사 합산 52%의 생산 점유율을 확보한다. 2011년 당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었던 LCD 시장점유율인 55%와 맞먹는 수준이다.

LCD 패널 시장은 디스플레이 최대 먹거리 시장이다. 올해 세계 LCD 패널 시장의 매출은 793억 달러(약 106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OLED 패널이 LCD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짧고 가격도 비싸 당분간 LCD 패널의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가전 업계의 전망이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OLED 시장에서도 이미 중국의 추격이 시작됐다.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올 1분기 전체 OLED 출하량에서 49.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한국(49%)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62.3%, 36.6%로 큰 격차가 있었지만 1년 새 뒤집힌 것이다.

그나마 OLED 매출 규모로 보면 프리미엄 OLED를 앞세운 한국 업체들이 70% 이상의 점유율로 크게 앞서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저가 정책으로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기세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은 한국 회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 빼내기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직 팀장급 A 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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