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 넘게 올라 온스당 2천500달러대…은값도 비슷한 흐름
중국 금 수요 둔화는 가격상승 제한 요인
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6일 처음으로 온스당 2천500달러를 넘어섰고, 전날 오전 한때 2천509.94달러로 고점을 또 한 번 경신했다.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 59분 기준 금값은 전장 대비 0.07% 낮은 2천502.48달러로 숨고르기 중이다.
표준 금괴(400온스)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달러(약 13억3천만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21.3% 상승해 은(23.8%)과 함께 원자재 가운데서도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의 금값 상승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및 각국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움직임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23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적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금값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며 인하 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장 분위기 속에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변동성이 다시 한번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당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9월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21일 나올 회의 의사록도 금리 전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은 국채와 달리 보유 시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 금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이 줄어들고 이는 금값 상승 요인이 된다.
또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달러 이외 통화를 가진 투자자들로서는 달러로 가격이 매겨진 금 투자에 나설 유인이 생긴다.
최근 여러 지표도 금값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중순 기준 뉴욕상품거래소(COMEX) 선물 시장에서 헤지펀드와 투기적 자금 등이 금값 상승에 베팅한 순 자금 규모가 4년 만에 최고에 근접했고, 금 상장지수펀드(ETF)에는 6∼7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전날 기준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 규모는 859t으로 7개월 만에 최대였고, 세계금협회(WGC)의 2분기 금 수요 동향 보고서를 보면 부유층 투자자들의 금 매수가 늘면서 장외(OTC) 투자 규모가 329t에 이르렀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UBS글로벌 자산운용의 웨인 고든 전략가는 금값이 내년 중반께 2천700 달러를 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BMI의 원자재 분석 부문장인 사브린 초두리도 “다음 달로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 시 금값은 2천700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은 불확실성 속에 오르는데 불확실성이 최고조”라고 말했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한발 더 나아가 내년 중반 금 목표가를 3천 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가격인 2천500달러인 만큼 20%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연초만 해도 강력했던 ‘큰손’ 중국의 금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는 것은 가격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를 보면 중국의 7월 금 수입은 전월(58.9t) 대비 24%가량 줄어든 44.6t을 기록, 2022년 5월(27.1t) 이후 가장 적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금값 상승 등이 수요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며, 중국 상하이 시장에서 금값 프리미엄(웃돈)은 7∼8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지난 3개월간 금 매입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