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정치인생 마침표…”미국이여, 최선 다했다” “최고의 자원봉사자 되겠다”
세대교체로 해리스에 횃불 넘기며 퇴장…해리스 ‘깜짝’ 등장에 당원 열광
바이든, 트럼프 작심 비판…힐러리 “유리 천장 깨자” 지원 사격, AOC 등 젊은 스타도 총출동
민주당이 19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개최한 전당대회 첫날은 민주당 주류 정치인의 세대교체를 통해 대선 승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자리였다.
이날 저녁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 모인 5천여명의 민주당 대의원은 그간 당을 이끈 원로들에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세대의 민주당 리더들을 조명했다.
특히 당을 위해 재선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르자 행사장을 꽉 채운 대의원과 당원들은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We ♥ Joe)는 팻말을 들고 일어나 “고마워요, 조”(Thank you, Joe)를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연설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대의원들은 자리에 앉지 않고 4분 넘게 환호를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무대로 소개한 딸 애슐리 바이든을 한참 껴안았으며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기가 사퇴를 주장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난 내 나라를 더 사랑하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자신의 52년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장면이 될 순간에서 그는 “미국이여 난 그대에게 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존해야 한다”면서 “2024년에 여러분은 투표해야 한다. 여러분은 상원을 지켜야 하고 하원을 다시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를 이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를 위해 “최고의 자원봉사자”가 되겠다고 했으며, 당원들이 “고마워요, 조”를 외치자 “고마워요, 카멀라”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보다 길게 45분가량 연설하면서 자신의 재임 기간 업적을 내세우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전직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이렇게까지 자주 부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 불복을 시사한 것을 두고 “그는 미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패배시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한다. 그는 이미 ‘피바다’를 약속했고,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망할X'(s***er)이라고 거칠게 언급하며 “그는 미쳤다. 그는 실제 그것을 의도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쳤고, 고별연설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다만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시 말을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퍼스트 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들을 나열하면서 그 중 하나는 “수주 전 그가 자기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서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결정했을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그의 가족과 해리스 부통령, 부통령의 남편 더그 엠호프가 무대로 함께 올라왔고,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안으면서 “사랑한다”고 했다.
전당대회의 주인공인 해리스 부통령은 원래 이날 일정에 없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먼저 ‘깜짝’ 등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의 엄청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기리면서 행사를 시작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당신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유세 노래인 비욘세의 ‘프리덤’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대로 나온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구호인 “우리가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We Fight We Win)를 외쳤고 대의원들은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의 원로들과 차세대 스타들이 출동해 당원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들 다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에 감사를 표했다.
대의원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해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등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로 환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함께 우리는 가장 높고 견고한 유리 천장에 많은 금을 만들었다. 오늘 밤 그 천장을 완전히 부술 때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우레 같은 박수 속에 “미래는 여기에 있고 우리 손아귀에 있다. 가서 이기자”고 외치자 행사장의 열기가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가 유죄 평결을 받고 대선에 출마한 사람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말하자 당원들이 “감옥에 보내라!”(Lock him up!)를 연호했다.
민주당 내 가장 진보적인 젊은 정치인들의 대표 격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이 무대에 오르자 당원들은 그의 이름 앞 글자인 “AOC”를 외쳤다.
그녀는 의료보험도 없이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이어가던 자신이 “민주주의의 기적”만으로 하원의원이 됐다면서 “같은 희망과 염원으로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를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기 부를 축적하고 자기의 월가 친구들을 매수할 수 있다면 이 나라를 단 1달러에 팔아넘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됐던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하겠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해 “그들의 정책은 강간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많은 권리를 준다. 그건 불편한 게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는 뉴요커로 태어났지만 끝내 사기꾼이자 바람둥이, 중범죄자가 됐다”면서 “미국인 여러분, 도널드 트럼프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생각하면 뉴요커와 이야기해봐라. 우리는 7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를 상대했다”고 말했다.
이날 연사에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다수 포함됐다.
노조에 소속된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을 형성하며 경합주인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카멀라 해리스는 우리 편이다. 그녀는 노동자 계급을 위한 투사”라면서 “트럼프는 구사대”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소꿉친구의 어머니인 도리스 존슨씨는 “카멀라, 네 어머니는 너를 너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모친은 2009년 별세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서너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무장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들었지만, 다른 참석자들이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는 플래카드로 이를 가리고, 해당 구역의 조명을 일시적으로 꺼서 노출을 막았으며 주최 측이 신속히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 행사 진행에 별 방해는 없었다.